[尹정부 新정책③]서민 금융 시동...대출금리 인하 유도
금융당국, 은행 예대금리차 축소 주문우리은행·케이뱅크 등 금리 낮춰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도[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윤석열 정부의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이어 은행의 '이자 장사'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권은 금리를 낮추고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최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은행의 예대금리차 축소를 언급한 영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은행의 대출금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원장은 주요 시중은행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17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은행장들은 이 원장의 주요 발언을 메모하며 긴장된 모습을 나타냈다. 여당도 시중은행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계부채는 가정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는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부담도 강해질 전망이다. 새정부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3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공시 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서둘러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4일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를 6%대로 내렸다. 우리은행 주담대 고정(혼합형)금리는 연 5.48~7.16%에서 연 5.47~6.26%로 조정돼 하루 사이 금리 상단이 0.9%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시스템(CSS) 1~8등급 고객에게 적용되던 조정금리를 전 등급으로 확대하면서 해당 조정폭만큼 가산금리에 반영돼 금리 상단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7%대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도 6%대로 내렸다. 2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74~6.515%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21일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낮췄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했다. 우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주요 은행들도 여신 관련 부서들의 회의를 열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외적인 요인에 인한 비정상적인 시장금리 인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세자금, 주택구입자금 용도 등의 실수요 대출에 대해 이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2일 비대면으로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대로 기간만 5년 연장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시행했다. KB국민은행은 4월부터 시행 중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 인하 정책을 연장해 시행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는 내부 마진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고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금리 급등으로 대출금리도 오르는 상황에 우대금리 0.1, 0.2%포인트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금리를 낮춰도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어진 발언에 대해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은행의 금리 산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조정 기능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면서도 "법에서 정한 은행의 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