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大위기]③"내 월급만 안 올랐네"…식탁물가 상승 '선 넘었다'
13년만에 소비자물가 5% 상승…하반기 6% 전망도올 하반기 밀가루 등 원료 가격 도미노 인상 예상외식업계, 재료비·고정비·인건비 등 3중고 시달려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고공 행진하며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 물가까지 큰 폭 상승하고 있다. 식음료 업체들의 위기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초 국제 곡물가격이 큰 폭 올랐을 때 많은 기업들은 원부자재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3~6개월은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 같자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식품 업계는 특히 올 하반기에도 먹거리 물가 상승은 계속 타이트하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은 만큼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행보가 이어질 수 있고, 장바구니 물가는 수요가 위축될 정도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들린다. ◆13년 만에 소비자물가 5% 상승률…하반기 6% 전망도 제기 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5%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4.1%)과 4월(4.8%) 4%대로 올라서더니 급기야 5월에는 5%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 제품 가격까지 치솟고, 배달 등 서비스 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농축수산물 상승세마저 확산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4.2%, 축산물 12.1%, 수산물 2.7%, 석유류 34.8%, 가공식품 7.6%, 전기·수도·가스 9.6%, 외식 7.4%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가격만 전년 동월 대비 0.6% 하락했다. 올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가 6% 이상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한국도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밀가루 원료 제품군 '가격 인상' 가능성 올 하반기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군 가격이 뛸 수 있다. 세계 밀 수출 5위인 우크라이나 수출 길이 여전히 막혀있는 데다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미국은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원 달러 환율도 큰 폭 상승하고 있어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밀가루 제조업체들은 밀 수입 부담이 더 커졌다. 밀가루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곧바로 라면, 과자, 빵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라면의 경우 올 하반기 가격 인상이 유력시 된다. 밀가루 가격 인상에 더해 주 원료인 팜유 가격도 세계 팜유의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수출 제한으로 연초 대비 큰 폭 올랐기 때문에 라면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평이다. 과자와 빵도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 제과 업계에서는 9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오리온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롯데제과와 농심, 해태제과 등 경쟁사들도 과자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양산 빵도 국제 밀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군이다. 빵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식용유와 버터 가격이 많이 올라 프랜차이즈 빵 가격 인상은 물론 포켓몬빵 등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양산빵 가격도 일제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외식업계, 재료비·고정비·인건비 등 3중고에 빠지다 외식 업계의 가격 인상 고민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용유·밀가루 등 식자재 인상폭은 이미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내달부터 공공 요금도 오르고, 내년도 최저임금도 9620원으로 5.0% 인상됐다. 결과적으로 외식업계는 재료비에 고정비, 인건비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일반음식점 등 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18ℓ 식용유는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사조대림 해표식용유, 롯데푸드 콩식용유와 CJ제일제당 백설 콩기름, 오뚜기 식용유는 지난해 최저가가 4만원대였지만 현재는 7만원 이하로는 구입할 수 없다. 최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도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정비와 인건비 인상은 자영업자 부담을 크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SNS)에는 "돈까스 가게를 하는데 식용유값이 너무 무섭다. 업종을 바꾸고 싶다"거나 "전기세와 가스비가 인상된 이후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했다" 같은 암울한 심경을 드러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