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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정보라 "'세월호 사고 이후 데모하는 작가로 거듭났죠"

등록 2022-07-16 07:00:00   최종수정 2022-07-25 08: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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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집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 올라 일약 스타

'저주토끼'도 쓰레기 만두 파동 사건서 영감 받아 쓴 소설

지금도 집회에 빠짐없이 참가..."문학으로 투쟁 이야기"

여성 주인공 내세운 신간 '여자들의 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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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집 '여자들의 왕'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로코랩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2022.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주 토끼' 정보라 작가가 '여자들의 왕'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소설집 '저주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주목받은 작가다.  부커상 수상은 불발 됐지만 작가는 문학계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저주 토끼 인기속 최근 출간한 신간 '여자들의 왕'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를 만났다.

무명에서 유명 작가로. 작가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달라진 건 없어요. 없었으면 좋겠어요."

정보라 직가는 특이한 고백으로 시선을 더 받았다. "취미는 데모다." 여전히 집회를 나가고 소설을 쓴다고 한다. 지난해 대학 강의를 그만두고 전업작가 생활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국에서 귀국 후 수많은 인터뷰에 지쳤지만, 그간 해왔던 일을 앞으로도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제가 이렇게 인터뷰 할 때가 아닌데…"

앞으로의 계획을 열심히 설명하던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년까지 써야 하는 소설과 번역해야 할 소설이 있다. 오는 20일에는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농성에도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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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집 '여자들의 왕'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로코랩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2022.07.16. [email protected]

◆'데모하는 작가' 정보라…"데모는 일상에 가깝다"

"'취미는 데모'라고 말한 게 후회돼요."

현장에서 투쟁을 하는 '동지'들에게 그것은 결코 취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당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데모가 일상에 가깝다"는 의미였지만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정 작가는 자신의 말실수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데모하는 작가'라는 수식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건 사실이니까요."

지금도 사회적 이슈에 투쟁하고 현장을 나간다. 부커상 시상식 참여를 위해 영국으로 출국하기 직전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에 함께했고 결혼 후 포항에 살고 있으면서는 포항 지역의 '데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에서 사내 성폭력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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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집 '여자들의 왕'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로코랩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2022.07.16. [email protected]



'데모하는 작가' 정보라는 최근 한국에서 투쟁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 느낀다. 그가 항상 팔에 착용하는 '세월호 팔찌'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빼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그가 몇 차례 SF 소설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살펴본 SF소설에서도 미래의 한국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투쟁하는 것이 익숙하게 그려진다.

앞으로도 사회적 이야기는 계속할 계획이다. 높아진 주목도도 사회적 이야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용할 의향이 있다.

"데모는 일상이니까요."

◆러시아 문학 전공했지만 통통 튀는 장르소설 쓰는 정보라
""구출 좋아하네." 공주가 말허리를 자른다. "나가. 당장 나가." 기사가 다시 설명한다. 아니 그렇지만 공주님, 사나운 용이… "나가라는 말 안 들려?" (수록작 '높은 탑에 공주와' 중에서)

한편, 작가로서의 정보라도 여전하다. '저주토끼'를 통해 변기에서 머리가 나오는 이야기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기사에게 칼을 겨누는 화끈한 공주 이야기부터 여자들의 관능적인 권력투쟁까지 다뤘다.

'여자들의 왕'은 기존에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았다.

"의도적으로 비틀었다기보다 사회적 관습, 고정관념을 따르지 않고 쓰는 게 제가 창작하는 방법이에요."

이야기가 써지지 않을 때 기존의 편견을 비틀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정보라만의 비결이다.

수록작 '사막의 빛'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뒤 중앙아시아에 대해 한국인이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깨보고자 쓴 이야기다. 이슬람교를 무조건 폭력적인 종교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유머와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슬라브 문학으로 박사까지 취득한 그의 작품은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다르다.

"저는 한국인이니까요."

러시아 문학을 그토록 많이 읽고 번역하고 연구했지만, 그는 작품을 쓸 때는 "한국인"으로 존재한다. 물론 러시아·문학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작가로서 책을 내기에 앞서 번역가로 시작한 그는 내년까지도 번역해야 할 폴란드 작품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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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집 '여자들의 왕'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로코랩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2022.07.16. [email protected]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으로 한국 장르소설 주목…"연구하는 이들 조명 받기를"
정보라의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은 한국의 장르소설 작가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간 주류 문학으로 인식되지 않아 주요 문예지에 작품을 올릴 수 없었지만, 최근 들어 한국 장르소설에 대한 주목도가 달라졌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7·8월호로 장르문학 작가 총 20명의 작품을 싣는 기획을 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정 작가는 자신과 소속 작가들에게 지면이 늘어났다는 소식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내년까지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도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들의 SF 단편 소설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장르소설 작가들에게 지면이 늘어난 것도 기쁘지만 장르소설 연구자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보라는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도 좋지만 연구자들이 조명받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 불필요한 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한국 장르소설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고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최근에 SF 작가 듀나를 다룬 학위 논문이 나와 기뻤다.

"듀나 작가를 가지고 논문 한 권, 당연히 나올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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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집 '여자들의 왕'을 출간한 정보라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로코랩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2022.07.16. [email protected]


◆집회에 뛰어든 작가, 다시 문학으로 투쟁 이야기한다.

정 작가에게 투쟁과 문학은 연결돼있다. 2013년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며 철도 민영화 반대 시위에 뛰어들며 처음 투쟁에 나선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데모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2014년 2월에 분향소에서 우연히 부산외대 경주 리조트 붕고로 숨진 학생들 빈소를 봤어요. 그때 빈소에서 영정을 지키는 친구들의 표정을 봤는데 세월호 침몰 이후 그 표정이 다시 떠오르는 거에요."

정보라는 조금 머뭇거리며 당시를 이야기했다. 이를 시작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특검 서명운동,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법 제청을 위한 행진,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 현장까지 다양한 현장에 그는 함께했다.

"결국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이야기가 돼요."

투쟁하는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의 사연은 이후 소설이 됐다. 물론 피해자가 직접 드러나지 않기 위해 설정을 비현실적으로 바꿔 상상의 이야기로 말이다. '저주토끼'도 쓰레기 만두 파동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지금의 그의 행보도 미래에 소설이 될 것이다.

"미래가 아니라 곧이에요. 금방 또 이야기로 쓰게 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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