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비상②]입지 좁아진 한국산…수출시장 다변화 해결책 있나
대중 수출 20% 메모리반도체 의존…중국 내 韓점유율은 하락부품소재 수입시장, 중국 10대 소비재 시장서도 점유율 떨어져대중 무역수지 적자 단기적이지만…고부가 전략품목 육성해야IPEF, 칩4 동맹 참여도 관건…'어게인 사드' 중국 반발도 우려
전문가들은 대(對) 중국 무역수지 악화가 단기적인 봉쇄 정책의 영향인 만큼 8월 이후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의 대중국 수출 전략품목을 발굴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중 수출 20% 메모리반도체 의존…중국 내 韓점유율은 하락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5.3%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으며, 대중국 수출에서 10대 주요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9.1%에 달한다. 특히 10대 품목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단일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20.5%로 편중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2020년까지 한국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점유율은 지난 2017년 52.3%에서 2021년 44.9%로 5년 동안 무려 7.4%포인트(p)가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주력 수출품이자 중국 수입 10대 품목에 속하는 무선통신기기 부품(-2.1%p), 비메모리반도체(-2.0%p)를 비롯해 합성섬유·페트병의 원료인 파라-크실렌(-6.9%p)과 광학기기(-8.9%p) 등도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부품·소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과 중국 토종기업 성장으로 부품소재 시장 점유율도 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중국의 부품소재 전체 수입은 2012~2016년 대비 6.6%p 줄었다. 한국의 중국 부품소재 수입시장 점유율도 2012~2016년 16.9%에서 2017~2021년 11.9%로 5.0%p 감소했다. 승용차, 의약품, 화장품, 유아용 식료품, 플라스틱제품 등 중국의 10대 수입 소비재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도 감소했다. 화장품의 경우, 중국에서 인기가 높던 한국산 대신 프랑스산 수입이 2012~2016년 대비 2017~2021년 약 4배 증가했다. 중국은 2021~2016년 프랑스에서 32억 달러 규모의 화장품을 수입한 반면 2017~2021년 120억 7000달러의 화장품을 수입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 단기적이지만…고부가 전략품목 육성해야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대중국 수출이 여전히 호조세에 있고, 최근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4~6월 봉쇄 영향이기 때문에 당장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중국 주요 도시들이 봉쇄되면서 경제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며 "8월이 넘어가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등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력 수출품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중간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을 취하면서 중간재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장기적으로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신흥국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이 2017~2021년 각각 7.4%p, 2.1%p 하락하는 사이 대만은 3.9%p, 4.4%p가 증가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의 수입구조가 고부가가치 중간재, 소비재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한국 기업은 반도체 이외에 고부가가치 철강재·정밀화학제품 등 전략 수출품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 수입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려면 수출 품목 다양화, 전략품목 발굴, 한-중 자유무역협정 업그레이드 협상 등으로 중국 수입 시장 접근성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에 이어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참여까지 논의되면서 정치·외교적 현안이 향후 대중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PEF나 칩4 동맹 모두 이른바 '가치동맹'에 기반하고 있지만 모두 미국의 중국 견제 차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경험한 한국 입장에선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칩4 동맹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IPEF에 대해 가입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칩4 동맹까지 참여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한층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5월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진 통화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IPEF 가입을 정조준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세계 시장에서 PC 70%, 스마트폰 50%, 디스플레이 3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면서 "수요 시장이 변함없는 한 반도체 시장의 다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당히 곤란한 시점"이라며 "칩4 동맹은 미국이 자국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 문제가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