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각, 반지하]③'반지하 퇴출' 선언한 서울시, 어떻게?…"20년 단계적으로"
1980년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지하방서울시내 반지하 주택 모두 20만가구 넘어서울시, '주거 용도 반지하' 전면 불허 추진"20년간 유예기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앤다"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은 모두 20만 가구가 넘는다. 1980~90년대 서울로 밀려드는 인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활발하게 지어지면서 지금의 반지하도 생겨난 것이다. 지상층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옥탑방보다 평수가 넓은 반지하는 취약계층의 주거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탓에 결로와 곰팡이 등 위생이 취약한 환경에 노출됐고, 큰 비만 오면 침수와 하수구 역류 현상 등에 시달려야 했다. 도로 높이에 창문이 있어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각종 범죄 위험에 위협받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일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하면서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반지하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주거 용도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관건은 20만 가구가 넘는 반지하 주택의 이주 수요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지 여부다. 시는 기존 세입자들에 공공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20년간 유예기간을 둬 순차적으로 없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주거 용도 목적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제11조에는 '상습침수지역 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건축허가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보니 개정안 마련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4만호 이상 건설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상습 침수나 침수 우려 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에는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키로 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지하·반지하 약 20만849가구로 전체 가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 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 나간다는 방침이다. 반지하에 월세를 주던 건축주들이 비주거용 전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시는 용도 전환 시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헤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남는 지하·반지하에 대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공동 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습 침수지역의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모아주택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환경 개선에 나선다. 이 지역의 지하.반지하 주택에 살던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 상향을 통해 공공 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 바우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반지하 거주민들이 옮겨갈 수 있는 대체 주거지가 서울시내에 얼마나 마련될 수 있냐는 점이다. 저렴한 집값 때문에 반지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지하가 사라지면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은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반지하 거주민들의 이주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장기안심주택, 매입전세주택, 공공전세주택을 활용해 연차·지역별로 주거 이전 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반지하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거상향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 임대주택 2610호를 공급해왔다. 반지하 거주가구의 주거 이전에 따른 임대료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임대료 상승분을 지원하기 위해 특정 바우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물량 부족에 대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