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모시기 전쟁…"반전세 아니면 안 나가요"[부동산 긴급 진단②]
금리인상에 대출이자부담…전세 인기 없어얼어붙은 전세시장…갑을 바뀐 임대-임차인고점에 전세계약했다면…깡통전세 우려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를 보유한 B씨는 최근 집 전체 도배를 마치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대단지라 동마다 입지 여건이 천차만별인데, 지하철과 가까운 선호동이라 큰 걱정이 없었지만 전세보다 반전세를 원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집을 손본 것이다. 사상초유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시장의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올 초만 해도 '8월 전세대란'을 우려했지만, 반대로 세입자가 전세를 마다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세가가 떨어지고 그마저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전국은 0.13%, 수도권 0.18%, 서울 0.06%씩 떨어졌다. 서울 전세시장은 지난 1월31일(-0.02%)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보합세였던 3주간을 빼고는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주에는 종로(-0.15%), 서대문(-0.14%), 은평(-0.11%), 양천(-0.10%), 영등포(-0.10%), 송파구(-0.09%) 등에서 하락폭이 컸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며 물량이 대폭 증가한 지역은 사정이 더 심하다. 22일 기준으로 수원 영통구의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59%, 의정부는 0.48%, 양주시는 0.36% 떨어졌다. 입주 예정 물량이 많아 매물 적체가 심화된 지역들이다. 전세 물량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3만4284건으로, 1월1일 3만1644건 대비 8.3%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관악구 84.4%(488건→900건), 구로구 70.4%(610건→1040건), 용산구 56.0%(628건→980건), 마포구 54.0%(753건→1160건), 성동구 37.6%(957건→1317건), 강서구 35.5%(873건→1183건), 서초구 33.1%(3041건→4048건) 등 순으로 많이 늘었다.
부동산원도 "반전세·월세 전환 및 갱신계약 영향으로 신규 전세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이자부담과 매물 적체가 지속되면서 매물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전세시장은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오르면 대출 끼고 내 집 마련한 이들이 자기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전세물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 전세가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시장이 고점을 찍었을 때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들은 깡통전세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세입자가 내는 보증금을 믿고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서 갭투자를 한 매물에 세 들어 사는 경우는 더 불안하다. 고 대표는 "계약 당시보다 재계약 시점에 시세가 더 저렴하다면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주고 시세대로 재계약을 하거나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못 내준다면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소를 제기하는 등의 법적 절차를 밟는 등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