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나나 활약이 반갑다, 소지섭의 낯선 모습보다…'자백'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영화 '자백'의 가장 큰 수확은 나나(31)다. 소지섭(45)이 처음으로 스릴러물에 도전하고, 윤종석(51) 감독이 '마린보이'(2009)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점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나나는 여느 아이돌처럼 연기할 때 본명을 쓰지 않아도, 오로지 연기로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이젠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이라고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자백 제작보고회에서 온몸을 감싼 문신으로 시선을 끌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선입견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자백은 밀실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 나가는 이야기다. 소지섭과 김윤진(49)이 극의 중심을 잡지만, 나나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베테랑인 선배들 사이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민호와 내연 관계였다가 살인사건 피해자가 되는 '김세희'다. 기존 영화·드라마 속 뻔한 내연녀에 그칠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을 해낸다. 불륜 관계에서 상상하기 쉬운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출신 등 불필요한 장면을 빼 몰입도를 높인다. 나나는 이 영화의 설득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민호가 살인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지만, 나나는 연기력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교통사고 후 민호는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하자고 한다. 세희가 "아무도 본 사람 없어. 잘 생각해봐"라고 할 때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같은 장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연기해야 해 헷갈릴 법도 한데, 흔들리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윤 감독이 첫 촬영 때 '자유롭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고 한 덕분일까. "감독님은 내 연기 틀을 깰 수 있게 망치를 쥐여줬다"고 한 데 수긍이 간다. 영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나나의 활약에 반색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7일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에서 외계인을 추적하는 '허보라'(나나)로 분해 제 옷을 입은 듯 보였다. 자백은 이전에 촬영한 작품이지만, 글리치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소지섭이 "촬영하면서 모든 사람이 '영화 개봉하면 나나를 새롭게 볼 것'이라고 했다"며 "눈빛이 좋아서 보고 있으면 나 역시 빠져들었다"고 할 정도다.
자백은 해외 스릴러물에서 볼 법한 익숙한 구도를 취한다.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2017)가 원작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소지섭과 김윤진이 밀실살인 사건을 재구성할 때마다 드러나는 진실이 흥미를 더한다. 소지섭의 스릴러 연기는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썩 새롭지도 않다. 더 극악무도한 인물이었다면 강렬한 인상을 줬겠지만, 소지섭의 성격처럼 담백하게 그려진다. 홍보 인터뷰에서 연기 변신보다, 결혼생활과 나나 관련 질문이 더 많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김윤진은 변호사 연기할 때보다 후반부 반전이 드러났을 때 열연이 돋보인다. 초반에 민호와 눈 내리는 산속 별장에서 마주하고, 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한다. 어딘가 모르게 톤이 어색한데, 후반부 를 생각해 계산한 연기일 수도 있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아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판타스포르토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우디네 극동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등에도 초청됐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이나 개봉이 미뤄졌는데, 한 번쯤 볼만 하다. 초반부터 관객들을 끌어당길 만큼 전개가 빠르지는 않지만,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는 않는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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