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앞장서는 캣맘들…"그래야 같이 살아요"
캣맘 1543명 설문조사서 58.8% "중성화 병행"자비 들여 중성화…"올해만 50~60만원 들여"개체 수 조절해야 인간과 공존 가능하다 판단[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중성화는 최선이 아니죠. 다만 차선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래야지 같이 살 수 있어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케어테이커)' 때문에 길고양이 개체가 더 느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지만, 실제 상당수 캣맘은 길고양이들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1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1543명의 캣맘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가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후 돌려놓는 TNR(Trap-Neuter-Return)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TNR은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 중성화수술 후 원래 장소에 풀어 보살피는 돌봄 형태를 말한다. 응답자 가운데 활동 경력이 10년 이상인 '베테랑' 캣맘들은 TNR 실시 비율이 8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아 카라 활동가는 "케어테이커(일명 캣맘)들 상당수가 먹이 주기뿐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길고양이와 케어테이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넘어 효과적인 돌봄활동을 위한 이해와 협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상당수 캣맘은 자비를 써서 길고양이들의 중성화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강승희(50)씨는 올해만 2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을 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한 네 건에는 사비 50만원을 들였다고 한다.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개인 돈으로 많이들 한다"고 전했다. 송파구에서 10여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는 김세진씨도 "올해에 20마리 이상 한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걸 빼더라도 올해 50~60만원 정도 썼다"고 말했다.
이처럼 캣맘들이 길고양이 중성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뛰어난 만큼 개체 수를 관리해야 인간과의 공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성묘 세 마리만 있어도 반년만 지나면 열 마리가 돼 있다. 개체수가 많이 늘어나는 걸 캣맘들도 원하지 않는다. 본인이 그 길고양이들을 전부 먹여 살려야 된다는 책임감이 강하신 분들"이라며 "함께 살려면 어쩔 수 없다. (TNR이) 차선책이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20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는 자원봉사 단체 '공양이발자국'의 허난희 단장도 TNR을 "차선책"이라고 생각한다. 허 단장은 "중성화는 최선이 아니다. 다만 차선을 선택하는 거다.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다. 개체수가 늘지 않고 병도 없고 영역 싸움도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올해에만 36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했다. 허 단장은 "2020년에는 100여 마리, 지난해에는 60여 마리, 올해엔 36마리를 중성화했다"며 "실제로 고양이 개체수가 줄었다. 내년에는 개체수가 30%는 더 준다고 본다"고 전했다. 캣맘들은 지방자치단체가 TNR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을 위해 앞장서고 있지만 개인의 힘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길고양이 개체수 자체는 많지 않다. 한 사람이 하면 버겁지만, 지자체에서 하면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도 "필요한 개체수를 모두 중성화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 사업에는 이미 개체수가 정해져 있다"고 아쉬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