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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종전협상 신경전…협상안 양보 없이 설전만

등록 2022-12-28 12:54:11   최종수정 2023-01-02 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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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협상안 양보 않고 원칙 고수

강제병합 영토 반환 핵심서 이견

서로 "시간 벌기용 꼼수" 힐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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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연일 종전 협상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쏟아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내년 2월 협상론을 꺼내 들었지만 양측 모두 협상 조건에선 한 치의 양보도 하고 있지 않아 물꼬는 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을 벌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만 주고 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이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끝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무력으로 승리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협상 준비 돼"…우크라, 내년 2월 협상론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것은 빠를수록 좋다. 모든 무력 충돌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5일에도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을 깜짝 방문한 뒤 나왔다. 개전 이래 첫 해외 방문이었다. 미국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 추가 군사 지원을 받기 위한 행보였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449억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위해 미 의회를 설득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 방문에서 미국 정부는 이런 지원이 우크라이나가 협상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역량을 키우고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내년 2월 평화협상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유엔 중재로 내년 2월 말까지 평화협상이 열리길 원한다"고 제안했다. 2월24일 러시아 침공 1년 즈음이 되는 시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원할 경우 유엔은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것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을 열었던 지난 7월 협상 방식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 재개를 합의한 바 있다. 직접 협상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유엔 및 튀르키예와 3자 합의를 하는 형식이었다.

쿨레바 장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직접 협상하려면 먼저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해 이 같은 협상 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와 자유롭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한 것도 제3자의 물밑 중재 노력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엔 외에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 등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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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안 고수…핵심 '영토 반환'서 이견

그러나 문제는 서로 협상 조건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른바 10가지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제안했다.

종전 협상을 위한 10가지 제안인 셈이다. ▲방사선(원전) 및 핵무기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모든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정의 실현 ▲환경 파괴 방지와 환경 보호 ▲전쟁 격화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이다.

핵심은 '다른 국가의 영토를 무력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헌장과 러시아군 철수, 안전보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9월 말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4개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더해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까지 모두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당초 침공 명분으로 내세웠던 '비나치화, 비무장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즉 우크라이나의 나토 편입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크름반도,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의 독립 인정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 4곳"에 대한 러시아의 제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엄포를 놨다. 그는 "너무 늦기 전에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러시아군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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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지난 3월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지역 국립공원에서 평화회담을 하고 있다. 2022.12.28.

◆서로 "시간 벌기용 꼼수" 비난

더 나아가 양측은 협상론을 제기하는 상대의 진의를 서로 의심하고 있다.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꼼수란 것이다. 진정으로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을 상대방이란 주장도 펼치고 있다.

전쟁 초기 평화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을 이끌었던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지난 25일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며 "러시아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측 대표단 일원이었던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은 쿨레바 장관의 제안에 "우크라이나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 작전"이라고 맞받아쳤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고 진격 속도가 늦춰졌다는 분석이 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남부 헤르손 일부 지역을 탈환한 데 이어 루한스크주 일부 지역을 수복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크라이나는 전력망이 크게 파괴돼 춥고 어두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미국이 약속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의 경우도 훈련 및 실전 배치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협상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대신 모호하게 "관련 당사자들"이라고 했다고 지적하면서 "서방을 오도하기 위한 정보전"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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