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확대①]인력난 허덕이는 산업계 실태 보니…
조선·자동차부품 등 제조현장 인력난 심각외국인·신용불량자 등 가리지 않고 모집월 400만 이상, 숙식 제공에도 인력 부족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충남 천안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외국인과 주부를 가리지 않고 생산직 인력을 뽑고 있다. 낮 시간은 물론 밤에도 설비를 돌려야 할 정도로 일감이 많지만, 생산 인력이 크게 부족해 제품 출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월급 360만원 이상을 보장하고, 식사와 통근버스 혜택까지 내걸었지만, 신규 채용은 좀처럼 쉽지 않다. A사는 직원 모집 지역을 안성과 평택으로 넓혔지만 여전히 일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남 목포 소재 대형 조선소의 하청업체인 B사는 21~50세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신분을 가리지 않고 채용한다. 외국인이든, 신용불량자든 가리지 않고 조선소 현장으로 투입한다. 통근버스와 식사 제공은 기본이고, 2인 1실로 아파트 기숙사까지 제공한다. 경남 창원의 또 다른 조선업체 C사도 초보자 기본 일당으로 14만원을 책정했다. 잔업 시 시간당 1만5000~2만5000원을 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도 외국인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 전 업종에 걸쳐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산업 현장에선 외국인 노동자도 귀하신 몸이 됐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쿼터 확대 등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늘어난 일감을 소화할 인력을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태부족하다는 평이다. 계묘년 새해에도 산업 현장의 이 같은 인력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업종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최근 1~2년간 수주 확대로 일감이 급증했지만, 필요 인력은 반대로 급감했다. 한국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펴낸 '2022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20만명을 넘었던 조선업 근로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9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2016년부터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 침체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조선업계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조선업종은 최근 일감이 급증했다. 2021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5229만CGT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20년 말부터 지연된 수요 분출과 해상 물동량 증가가 발주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줄어든 인력 보충 속도가 늘어나는 일감을 따라잡지 못하며, 올해 조선업은 연 평균 1만명 정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외국인 노동력 확대로 인력 부족 사태를 극복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10월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과 지난해 11월 '조선업 상생협의체' 등을 통해 조선업 일자리 확대와 인력 수급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고, 외국 인력 도입제도와 함께 유학생 특례 활성화를 통해 산업계 전 업종에 걸쳐 외국 인력 유입을 장려하고 있다. 그래도 인력난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기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 년간 지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숙련된 인력이 처우가 더 좋은 건설 등 타 업종으로 많이 빠져나갔다"며 "현재 조선업 수주 상황이 많이 좋아져 일감은 늘었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외국 인력의 입국 지연과 장기 불황에 따른 처우 악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각한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