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수만, 하이브 방시혁과 손잡은 이유
현 SM경영진과 손잡은 2대 주주 카카오 발등에 불
그간 SM과 하이브는 K팝 업계에 대표적인 라이벌 회사로 통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대 중반까지 '엑소' 등 SM 소속 그룹들이 각종 시상식을 휩쓸다 2018년을 전후로 '방탄소년단'(BTS)이 대다수의 상을 싹쓸이하면서 시상식에 나눠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카카오, CJ ENM 그리고 하이브 등이 SM 인수에 의지가 있는 회사로 물망에 올랐을 때도 이 전 프로듀서는 하이브는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중후반부터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이 전 프로듀서의 로열티 지급 등과 관련 SM 경영진을 압박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성수·탁영준 SM 현 공동대표가 이 전 프로듀서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이 전 프로듀서를 예우해오던 이·탁 공동대표는 사실상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자신들의 경영권과 함께 회사에 대한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전 프로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SM을 1인 프로듀싱 체계로 이끌어온 이 전 프로듀서는 일흔이 넘었지만 프로듀싱에 대한 의지가 여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이 야심차게 기획한 NCT, 에스파 관련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공동 대표가 자신과 별다른 상의 없이 카카오를 SM 2대 주주로 내세우고 제작센터·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는 계획을 세우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편에선 최근 SM 그룹들이 차트 성적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 SM 내부에선 프로듀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여기서 이 전 프로듀서는 방 의장과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엔터업계에서 자신의 지분을 포함 SM 지분을 단숨에 매입할 수 있는 곳은 하이브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적극적인 행보도 이 전 프로듀서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보탬이 됐다. 하이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련의 사태로 칩거하며 고심 중이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속가능한 K팝의 영향력 활용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전했다.
이 전 프로듀서와 방 의장은 과거 대형 K팝 기획사 모임 등을 통해 교류를 해왔다. 특히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이수만 농공학과 71학번·방시혁 미학과 91학번)이기도 하다. 이 전 프로듀서는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3%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하이븐 이 전 프로듀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이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SM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입장을 내비쳤다. SM 현 경영진이 내건 'SM 3.0'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전 프로듀서에게 프로듀싱을 다시 맡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와 합의 과정에선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이 전 총괄에게 지급되는 내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 SM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 관계사들의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하이브도 관계사 지분 정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추가 재원을 투입하면서 화답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이브와 방 의장은 공식적으로 이 전 프로듀서에 대한 예우를 표하고 있다.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대해 존경의 뜻을 전달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그려 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POP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내달 주총이다. 이수만·하이브 동맹과 현 SM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동맹의 우군 확보에 따라 양측이 내세운 청사진이 각각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일단 1대 주주로 올라서는 하이브에게 유리하다. 이 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에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 25% 지분을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총 40%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SM 지분 4.2%를 갖고 있는 컴투스도 이 전 프로듀서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최근 해외 레이블 인수 등으로 자금 동원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 신주 발행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과 공개매수에 나서는 지분을 주가당 12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주가가 이를 넘기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SM 주가는 11만5400원이다. 전날 종가보다 무려 17.16%가 뛰었다. 카카오는 SM의 현 경영진과 손 잡고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SM 현 경영진 등의 지분을 더해도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카카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카카오는 바로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이날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와 SM은 오랜 기간 걸쳐 다양한 사업에서 협력하고자 논의를 진행해왔고 이번 계약 체결로 각자 장점인 플랫폼과 IT 기술, 지식재산권(IP) 파워를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