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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子 학폭' 논란…의료계 "연쇄 가스라이팅 가능성"

등록 2023-03-06 06:01:00   최종수정 2023-03-06 08: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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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죄책감 느끼는 등 '가스라이팅' 당해"

2차 가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 방해

"정순신 아들도 가스라이팅 치료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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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로 낙마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후 정 변호사 아들이 진학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학교에 관련 내용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3.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학폭) 가해 사실이 알려져 낙마한 가운데 학폭 피해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PTSD란 충격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후 발생하는 불안·우울증 등 심리적인 반응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학폭을 일종의 심리적 지배인 '가스라이팅'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가해자의 2차 가해로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악화 또는 만성화되는 만큼 2차 가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일종의 정서적 학대다. 의료계에선 이번 정씨 자녀의 학폭 사건도 가스라이팅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피해자의 잘못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가족들도 힘들어하면 '내 탓인 것 같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가해자가 한동안 전학을 가지 않아 2차 피해가 진행돼 가스라이팅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씨의 아들은 물론 정씨도 분명히 (피해 학생에게)영향을 많이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폭 이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 만으로도 피해자는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까 불안이나 죄책감이 가중되고 피해자 스스로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느낄 수 있어 가스라이팅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또 학폭 피해자들이 주로 겪는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성장기에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대인관계 위축 등을 유발한다.

임 교수는 "20년 넘게 학폭 피해 학생들을 치료해보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면서 "괴롭힘을 당한 기억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우울증을 겪고 헛것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리고 성인이 돼도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들이 가한 언어폭력은 위계 관계가 아닌 동급생 사이에서 벌어진 만큼 피해자가 느끼는 모멸감이나 수치심이 더욱 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더 오래갈 수 있다.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 학폭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10~20년 간 후유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가해자의 2차 가해는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에 걸림돌로 작용해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는 "학폭 이후 학교와 주변 어른들의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학교도 적극 대처하면 피해자의 회복이 빠르지만, 가해자 부모가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거나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피해자의 PTSD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에게 '세상에 정의가 없다', '어른들한테 보호받을 수 없다'는 잘못된 신념이 자리잡을 경우 PTSD가 더 만성화된다"고 했다.

학폭은 가족 간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뿐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도 상담(치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교수는 "가해자도 또 다른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씨가 아들을 가스라이팅 했을 가능성도 높아 아들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가족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3년 이상 지속되는 동안 학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학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 교수는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학폭 대응 컨트롤타워가 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면서 "또 학폭 예방 교육과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 가해자 법적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가 충분히 구제 받고 보호자도 자녀를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피해자와 가족 모두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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