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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PICK]3D 프린터로 우주발사체를 만든다?…'저가 우주行' 실현될까

등록 2023-03-11 09:00:00   최종수정 2023-03-20 0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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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켓기업·日 우주기구, '3D 프린팅 부품' 탑재된 로켓 발사 시도

3D 프린팅, 로켓 부품 수·발사 비용 모두 절감…로켓 재활용과 접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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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로켓제작업체 릴래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의 3D 프린팅 제작 로켓 '테란1'. (사진=릴래티비티 스페이스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주기술 선도국인 미국과 일본 등에서 '3D 프린터'로 부품을 만들어 발사 비용을 낮추는 로켓들이 등장했다. 스페이스X가 주도했던 로켓 재활용에 이어 새로운 비용 절감 방안이 나타나면서 고비용 거대 산업의 대표주자인 항공우주산업이 보다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미국의 로켓제작업체 릴래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와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는 3D 프린팅 제작 기술이 접목된 우주발사체인 '테란1'과 'H3'의 발사를 각각 시도했다.

테란1은 기체 문제로 인해 발사가 중지됐고, H3는 발사 이후 2단 엔진 점화에 문제가 생겨 기체를 파괴하는 등 발사에 최종 실패했다. 미국과 일본이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항공우주업계에서는 다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두 로켓에 새로운 로켓 제작 방식인 3D 프린팅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부품 활용한 美·日 로켓…발사 불발에도 '비용 절감' 기대↑

높이 33.5m, 직경 2.28m에 무게는 9280㎏에 달하는 테란1은 기체의 85%가 3D 프린터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릴래티비티 스페이스에 따르면 테란1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금속 물체 중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테란1은 크기도 비교적 작고 적재 중량도 1250㎏로 낮은 편인데, 이는 테란1이 2024년 보다 개선된 '테란R' 로켓을 발사하기 앞서 시험 발사이기 때문이다. 릴래티비티 스페이스는 테란R에 3D 프린팅 부품 비중을 더 높이고, 높이 66m, 중량 20톤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란1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일반 로켓보다 부품 수를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제작 기간도 60일 이내로 단축했다. 연료도 재사용이 가능한 액체산소(LOX)와 액체천연가스(LNG)를 활용해 경제성을 더 높였다.

테란1은 지난 8일 오후 1시(미 동부 표준시)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발사대에서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 준비 과정에서 로켓 연료(추진체)의 열 조건이 발사 기준치를 초과하면서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35분께 발사가 최종 중지됐다. 테란1의 새로운 발사 예정 시간은 11일 오후 1~4시(한국시간 12일 새벽 3~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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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AP/뉴시스] 7일 오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일본의 새로운 주력 로켓 H3 1호가 발사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H3의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아 발사에 실패, 기체 파괴 명령을 보냈다고 밝혔다. 2023.03.07.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약 2060억엔을 들여 개발한 2단형 로켓 H3는 전신인 H2A보다 약 10m 커진 57m의 크기다. H2A보다 엔진 부품 수를 약 20% 줄였음에도 추진력은 1.4배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H3는 지난 7일 오전 10시37분께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으나 2단 엔진에 착화가 되지 않는 결함이 발생했고, 발사된 지 14분여 만에 기체 파괴명령이 내려졌다.

H3에는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한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란1보다는 비중이 적긴 하지만 H3 또한 3D 프린팅을 활용한 기체 부품들을 탑재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주 전용 제품이 아닌 자동차 산업 등에서 활용돼왔던 기성품을 활용하기도 했다. JAXA에 따르면 H3의 일부 부품은 일반 공산품의 생산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돼 항공전자시스템(에비오닉스) 등의 단가를 낮추면서 비용 대비 성능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3D 프린팅, 로켓 발사비용 획기적으로 낮출까…"우주발사체도 공산품될 것"

릴래티비티 스페이스가 추산한 테란1의 발사 비용은 1회당 1200만 달러(약 159억원) 수준이다. 내년에 발사될 테란R의 경우에는 3D 프린팅 부품의 비중을 높이고 발사체 자체를 재활용하는 기술까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AXA도 향후 H3 부품 수를 더 줄이고 3D 프린터의 활용을 늘려 1회 발사 비용을 50억엔(약 484억원)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민간이 항공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찾아오면서 업계의 최고 화두는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7년 자사 로켓 '팰컨9'을 재활용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두자릿수 이상의 로켓을 재활용해왔다. 발사 이후 바다로 떨어지는 로켓을 바지선 등을 이용해 회수하고, 정비를 거친 뒤 새로운 탑재체를 탑재해 발사하는 것이다.

현재 팰컨9의 1회당 발사비용은 약 6700만 달러(약 886억원) 수준이다. 스페이스X 또한 로켓 재활용에 더해 3D 프린팅을 활용한 부품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활용 기술을 보다 고도화하고 3D 프린팅 활용을 늘려 발사비용을 10분의 1인 600만 달러(약 79억원)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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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 이후 재활용을 위해 해상에서 수거되고 있는 모습. (사진=나사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페이스 시대에서는 발사체 성능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처럼 다수의 소형 위성을 빠르게 쏘아올리는 시도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사 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1회 발사당 비용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우주국(ESA)도 저비용 우주 발사 대화를 개최하는 등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민간 기업인 '링크스페이스'가 올해 말 재활용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인도 업체인 '스카이루트 에어로스페이스'는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현재 ㎏당 수천 달러 수준인 로켓 발사 비용을 10달러(약 1만3000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 항공우주학계 전문가는 "로켓 발사의 목표는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고, 위성이 향후 우주 산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우주 산업화를 추진하려면 발사 비용을 낮춰 지속가능성을 높여야만 한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우주 산업을 두고 많은 돈이 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분야 등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간이 산업을 주도하고 이익 창출에 몰두하게 된다면 결국 우주 발사체도 하나의 '공산품'이 되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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