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SM·카카오 發 K팝 전환점②]인수합병 따른 '지각변동' 계속될 듯

등록 2023-03-13 08:50:31   최종수정 2023-03-20 09:24:12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SM 大戰, K팝 업계 본격적 'M&A 러시' 신호탄

북미 시장에 진입한 만큼 글로벌 인수합병서도 자유롭지 않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두고 카카오·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신경전을 벌인 하이브(HYBE)가 12일 성명을 통해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며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2023.03.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이브(HYBE)와 카카오(kakao)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벌인 다툼은 시작에 불과하다. 해당 대전(大戰)이 K팝 업계 내 본격적인 '인수합병(M&A) 러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2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우려되면서 데뷔 때부터 국내 수요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K팝계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나 하이브처럼 기업 운영에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을 가진 덩치 큰 엔터테인먼트사만 버티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지난 3일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SM 인수에 나섰던 이유로 "K팝의 인기가 한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꼽았다. "최근 K팝 성장률을 보면 둔화하는 게 명확하게 보인다. 이것이 방탄소년단(BTS) 군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면 다행인데, 사실 일시적인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대로 놔뒀을 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미국 빌보드와 영국 UK차트 등 글로벌 주요 차트에서 맹활약하면서 K팝의 위상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 방 의장의 판단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미국 CNN방송 인터뷰. 2023.03.0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히려 2017년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루이스 폰시와 래퍼 대디 양키가 부른 '데스파시토(Despacito)'가 빌보드를 강타한 이후 2020년 스페인어 앨범을 최초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리고 지난달 '제 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후보에도 지명된 푸에르토리코 래퍼 배드 버니가 주도한 라틴 음악, 197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유행한 음악 아프로비트(afrobeats)에 영미권의 힙합·R&B 등이 섞인 아프로팝이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봤다.

음반·음원·퍼블리싱 분야를 합산해 매출 규모를 추산(PwC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전망 보고서' 및 각사 공시 자료 기준)하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국내 4대 기획사로 불리는 SM·YG·JYP·하이브의 합산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는 "케이팝은 그간 1990년대에 저패니메이션이 그랬듯 '강력한 서브컬처'로 세를 확대했다"고 짚었다. "전 세계적 팬덤의 수, 더욱이 그 충성도를 총합하면 저패니메이션은 막강한 서브컬처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단어에는 친숙해도 정작 실제로 감상하거나 좋아하는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몇 개에 그쳤다. 2020년대 초반의 케이팝도 아직은 그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봤다.

반면 세계 3대 음반사로 통하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그룹(WMG) 등 미국 기반의 음반사들은 매출 규모가 전체 시장에서 각각 15~27%를 차지한다. 각각 5~6개의 레이블 또 그 밑에 수많은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이들 3사의 합산 시장 비중은 무려 67.4%에 달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하이브 사옥. 2023.02.10. (사진 =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세 음반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 빌보드가 이들을 제외하고 세계 음악시장에서 독자적 성과를 낸 레이블과 유통사 리더를 선정하는 타이틀이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다. 세계적 기준의 규모를 놓고 볼 때 세 글로벌 음반사를 제외하면 모두 인디 취급을 받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 명단에 SM의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와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소속사 빅히트뮤직 신영재 대표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소니, 마쓰시타, EMI, 베르텔스만, 네덜란드 폴리그램(PolyGram), 미국 타임 워너 등 6개 메이저 음반사가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했다. 1990년대 중후반엔 워너, 소니, EMI, 폴리그램, 독일 비엠지(BMG) 등 5대 메이저 음반사, 2000년대엔 유니버설뮤직, 소니 BMG, EMI, 워너뮤직이 세계 4대 음반사로 재편된다. 그러다 또 인수 합병을 거쳐 현재 유니버설, 소니 뮤직, 워너로 재편된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음악 시장에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 홀딩스와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하이브를 비롯 K팝도 전 세계적인 인수합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이브도 국내에서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 지코 소속사 코즈(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하이브 이전에 역시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키운 SM도 카카오와 손잡고 발표한 'SM 3.0' 전략에 해외 레이블 인수를 포함시켰다. 

이미 이번 SM 사태 직전인 최근 국내에서도 몇 차례 주목할 만한 인수 합병이 있었다. 그룹 '마마무' 소속사 알비더블유(RBW)가 그룹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와 그룹 '카라' 소속사 DSP미디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올해 국내에서 몇몇 회사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라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현재 케이팝 시장은 시시각각 산업구조가 바뀌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당분간 크고작은 인수합병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번 SM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잘 만들어진 IP를 존중하는 자본만이 이 산업을 서로 윈윈하면서 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평론가는 이번 SM 사태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이 배제됐었다는 지적을 환기하며 "특히 아티스트에서 팬덤까지 케이팝 IP 안에는 타 분야와는 다른 특별한 고려지점이 많다는 것도 더 알려져야할 것 같다"고 특기했다.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세계 음악 시장에 맞서기 위한 K팝 기획사 간 협업 등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SM과 JYP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온라인 공연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디어유 등으로 협업했다.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카카오와 플랫폼 협업 논의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동남아와 중국 쪽에서 열세인 하이브가 해당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SM의 통로를 활용하는 등 윈윈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케이팝은 지리적 거리가 무색해진 초연결사회에서 미국 시장의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발전했다"면서 "다양한 결을 가진 다양한 기획의 아티스트를 양산한다면, 이미 슈퍼 브랜드 중 하나가 된 케이팝은 무시할 수 없는 주류의 일부, 글로벌 시장의 스테디셀러로도 어쩌면 올라설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여정에서 이번 '제왕들의 몰락 또는 충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멀티 레이블' 등 시스템의 정지 작업들이 되레 케이팝의 뾰족한 '꼭짓점'이거나 '뿔'이었던 별난 개성들을 무너뜨릴까봐, 이 독특하고 괴상한 장르의 팬으로서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