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도 안 봐"…전세사기 직격탄 맞은 빌라 전세 거래 '반토막'
3월 서울 빌라 전세거래 2781건…전년 대비 49% 감소"빌라 대신 아파트"…전세사기에 대출 규제 완화 여파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아파트 대출 규제 완화 이후 대출을 더 받아서 좀 더 안전한 아파트에 세를 얻으려는 세입자가 많아요."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빌라 전세 사기사건 여파로 빌라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손님들에게 신축 빌라를 권해봐도 쳐다도 안 본다"며 "빌라 전·월세 신규 계약을 언제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로 꼽히는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여파에 최근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빌라 거래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대출 규제가 완화되자, 빌라보다 아파트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 주택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빌라 거래량은 70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거래량의 9.1%에 불과하고,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별 기준 가장 작은 비중이다. 매수심리와 매매가격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치(82.3)를 밑돌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422만원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415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 단독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 296만원에서 지난달 256만원으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전세 거래가 반토막이 났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27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2건) 대비 49%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대출 규제 완화에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아파트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증보험 문턱을 높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으로 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100%에서 90%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빌라 매수세 급감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 더 커지고, 거래량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빌라에 대한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며 "당분가 빌라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거래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체적인 부동산 하락장에서 빌라 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통상적으로 빌라 시장은 아파트 시장을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시차를 두고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해진 아파트 시장 상황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