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인천공항 안내하는 벨라루스 새댁[홍찬선의 신공항여지도]
인천공항 셀프서비스 안내하는 김리자베타씨셀프서비스 안내 인력 65명 중 유일한 외국인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무인단발기(kiosk)가 즐비한 공항에서 승객이 스스로 수속하고 수하물 부치는 일은 간단하다고 생각되지만, 정작 출국의 첫 번째 관문부터 난관에 봉착할 때에는 정신 마저 혼미해지게 되는데요. 이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상세히 설명하고 안내해 준다면 이보다 더 고마운 구세주는 없을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65명의 셀프서비스 안내원이 승객들의 안내를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인단말기가 서투른 승객들을 위해 셀프 백드롭(Self Bag Drop) 안내와 백태그(수하물인식표) 부착, 수속 완료 확인 및 기본적인 장애 조치 등의 업무를 합니다. 65명의 안내원 중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7명과 48명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몇 명이나 될까요. 단 한 명입니다. 지난 12일 오전 9시40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D카운터에서 파란색 조끼를 입은 외국인 여성이 손을 들며 "고갱(객)님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며 또렷한 발음으로 해외로 출국하는 승객들을 셀프 서비스 기기로 안내합니다. 이곳은 셀프백드롭 전용 카운터로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에 필요한 수속을 완료하는 카운터입니다. 공항 카운터에 들어선 승객들은 이 외국인 안내원을 보고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이내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이 외국인은 셀프서비스가 어려운 승객들에게 무인 단말기 화면을 가리키며 한국어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수하물을 승객과 함께 올려주고 백태그도 붙여줍니다. 이 외국인의 안내를 받은 승객들은 감사인사도 잊지 않습니다. 공항에서의 첫 번째 관문을 마친 승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장으로 향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승객들에게 안내원하는 주인공은 김리자베타(29)씨입니다. 이날 근무를 마친 김리자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영어로 말했지만, 알아듣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김리자의 고향은 벨라루스입니다. 김리자는 한국어와 벨라루스어, 영어, 러시아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승객들이 찾는 인천공항으로서는 최고의 인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에게 한국어를 잘한다고 묻자 "지난 2015년 한국여행에서 도시와 문화를 보고는 벨라루스 민스크의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5년 전 벨라루스에서 지금의 한국인 남편과 만나 결혼했고, 한국에 온 지는 1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생활 2년 차 새댁입니다. 김리자씨는 인천공항에서 일하게 된 동기에 대해 "처음 벨라루스의 국제공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인천공항을 봤을 때 이곳에서 일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안내원 지원 공고를 보게 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3개월간의 단기 일자리이지만 김리자씨는 "너무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면접 전부터 남편을 고객님이라고 부르는 등 상황 역할극까지 하면서 인천공항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항에서의 안내 업무가 무엇이 있는지 공부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남편에게 "고객님 수하물에 보조 배터리는 없으신가요" 등 위탁수하물에 넣으면 안되는 물품이 있는 지에 대해 반복해서 물었고, 남편도 고객님 역할극에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승객들을 안내하면서 좋은 기운도 받고 있고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며 "하루 3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하고 싶다"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첫 월급도 받았다"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자랑했습니다. 김리자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고객님들이 내 발음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행히 의사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고객님들도 정확히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제 안내를 받은 고객님들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해준다"며 "한국에서는 기본 예의이지만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면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셀프체크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처음에는 긴장하기 때문에 안내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며 "고객님들이 화면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처음부터 차근차근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리자씨는 이어 "공항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해외로 출국하는 승객들의 설레는 모습을 볼 때면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며 "특히 승객들이 스스로 체크인 서비스를 끝마칠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는 "3개월 간 단기 아르바이트로 안내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첫 번째 일이고 승객들을 만나 보람과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서 이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