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사이신 이어 물대포?…경찰 내부도 신중 기류[물대포 논란 上]
경찰 "옹호 의견 있지만…잘 준비해 단계적으로"시민사회 "평화시위 중인데 무력으로 누르나"전문가들도 "질서 파괴 우려" vs "비민주적" 이견
1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로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고,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일직선 살수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후 경찰은 2021년 살수차를 전량 폐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서울에서 벌어진 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 집회 이후 불법 시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경찰 내부와 정치권에서 살수차 재도입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살수차 재도입 여부에 대해 "차차 시간을 두고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평화적인 집회, 시위가 정착된 만큼 살수차가 도입될 이유가 없고, 도입될 경우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기조가 바뀌는 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으며 쌓은 것들이 후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도 "물대포가 사라진 원인이 명확한 데 다시 도입을 고려한다는 건 경찰과 집회시위대 사이에 마찰을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무력으로 누르겠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 역시 "만약 집회 현장에서 폭력 행위나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 발생하면 지금 현행 법률, 제도, 규정으로 제지할 수 있다"며 "실제 지금도 마찰이 있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있다. 물대포는 도입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살수차 재도입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도입이 되더라도 매뉴얼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 간부는 "젊은 경찰 중에서는 도입을 옹호하는 반응이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지금 집회나 시위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평화적이다. 경찰, 노조 측 다 평화 기조를 유지 중인데 물대포가 들어오면 깨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일선의 한 경찰도 "살수 명령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만약 내게 쏘라고 한다면, 맞은 상대방이 잘못될 수도 있단 생각부터 들어 망설일 것 같다. 잘 준비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평화시위인지는)일반 시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질서가 하나씩 파괴돼 가면 문제가 된다. (경찰이)그런 걸 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표현의 자유인 집회나 시위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며 "경찰이 정부의 입맛에 맞게끔 권력을 행사하려는 건 굉장히 비민주적인 경찰권 행사"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