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자는 루카셴코…"푸틴과 '샴쌍둥이' 운명"[러시아 반란 그 후③]
반란 중단시킨 루카셴코, 중재·협상가로 위상 높여"2020년 푸틴 꼭두각시에서 역학 관계 변화 기대"
◆반란 중재한 루카셴코, 푸틴 구하고 프리고진에겐 명분 줘 2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넘어온 뒤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 소재 남부 군관구 사령부 본부를 장악했고 곧바로 북진해 수도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했다. 지난 24일 오후 늦게 루카셴코 대통령과 협상 후 병력을 돌렸다. 그는 "러시아 내에서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거래 내용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갈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형사 고발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반란에 가담한 바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과를 감안해 처벌하지 않을 것이고, 가담하지 않은 용병들은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정규군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은 하룻밤의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그러나 루카셴코 대통령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프리고진에게 '멈출 수 있는' 명분을 심어줬다는 해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크렘린과 바그너 충돌의 큰 승자는 '옆집(이웃집) 독재자'"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믿음직스러운 동맹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중재자,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동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벨라루스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은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24일 오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화했을 때 프리고진은 즉시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직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이자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 분석가인 파벨 슬룬킨은 "푸틴 대통령은 그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또 얼마나 쉽게 도전을 받을 수 있는지 드러났기 때문에 패배했고, 프리고진은 매우 대담했지만 패자처럼 후퇴했다"면서 "오직 루카셴코 대통령만 푸틴 대통령과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나 협상가, 그리고 거래 가능한 보증인으로 승점을 얻었다"라고 평가했다. ◆"2020년 푸틴 꼭두각시로 전락…힘의 균형 잃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29년 간 권력을 유지했지만 그 대가를 치렀다. 특히 2020년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뒤 러시아의 속국이 되는 것을 점점 더 허용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땐 집결지로 자국 영토를 내줬고 지금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저장고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벨라루스는 정치적 지원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 간 힘의 균형은 많이 바뀌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이자 현재 망명 중인 파벨 라투슈카 전 장관은 "그들은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다.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샴쌍둥이 같다"면서 "한 사람의 몰락은 다른 사람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루카셴코, 중재자·협상가 위상 높여…푸틴과 '상호 보완' CNN도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는 (푸틴 대통령과의) 신뢰를 한계치까지 확장한다"면서 "3년여 전 루카셴코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곁을 지켰고, (이번엔) 루카셴코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가디언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초기 수혜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한 혜택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국내 정치에 충분한 영향력과 목소리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벨라루스 전문가 라이호르 아스타페니아는 가디언에 "2020년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 당국의 꼭두각시가 됐고, (푸틴 대통령과는) 동등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됐다"면서 "하지만 그는 이번 실패한 쿠데타의 승자 중 한 명이며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일부를 회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