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리보금리'는 무엇[금알못]
리보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의 기준점이 돼 온 유명한 지표금리입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국제 기준금리로 사용됐으니 나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쌓아온 셈이지만 이달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합니다. 리보금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길래 6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시장 퇴출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일까요. 리보금리가 없어지면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걸까요. 우선 리보금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시장경제에서 이뤄지는 거래에는 보통 가격의 기준점이 존재합니다. 물건 포장에 붙는 희망소비자가격처럼 말이죠. 금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바로 금리의 기준점이 됩니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금리에 비해 다양한 자금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국제금융거래에서는 각 나라마다 화폐와 기준금리도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기준점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리보금리였습니다. 리보금리가 '기준금리의 기준금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뢰성에 있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내 금리의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나라의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하기 때문이듯이 말이죠. 리보금리는 '영국 런던 은행 간 금리'라는 이름처럼 런던 은행들 간에 통상 6개월 이내의 단기대출을 주고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영국 런던이 오랜 기간 국제금융시장의 심장부 역할을 했고 영국 은행들의 규모와 신용도 또한 세계 최고수준이었기에 리보금리는 국제 기준금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리보금리는 미국 달러화(USD), 영국 파운드화(GBP), 일본 엔화(JPY), 유럽 유로화(EUR), 스위스 프랑화(CHF) 등 총 5개 통화로 산출돼 왔는데 국제 금융시장의 단기 지표금리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외화대출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2년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레 등 주요 은행들의 금리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리보금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전 세계적 영업망을 갖춘 몇몇 은행들의 직원들이 서로 공모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된 것입니다. 이미 그 이전부터 여러 취약성들이 지적돼 온 상황에서 조작 스캔들까지 터지자 리보금리는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준점 역할을 해 왔는데 누구도 리보금리 산출 결과를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되니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거죠. 결국 리보금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수순을 밟게 됐으며 이달부터는 모든 리보 산출이 중단됩니다. 각국은 리보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SOFR, 영국은 SONIA, 스위스는 SARON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리보를 대체할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RFR)를 개발해 활용 중입니다. 일본과 EU도 각각 TIBOR, EURIBOR라는 기존 지표금리 산출방식을 개선하는 한편, TONAR(일본), ESTR(EU)라는 무위험지표금리도 개발하는 등 세계 각국은 실거래 기반으로 금리 산출 방식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글로벌 지표금리 개혁에 동참해 금융거래지표법을 제정해 한국판 무위험지표금리로 예탁결제원이 산출하고 있는 KOFR을 선정하고 기존 지표금리인 CD금리의 개선도 추진 중입니다. 리보금리가 퇴출되는 만큼 기존 리보 기반 금융계약들을 다른 대체금리로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산출이 중단된 비(非) USD 리보 기반 금융계약들은 모두 전환이 완료됐습니다. USD 리보 연계 금융계약의 경우도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전환률이 97.2%를 기록 중입니다. 여기에 비공식협의완료(109건), 계약서 반영 중(575건), 거래종료 예정 계약(30건) 등으로 실질적으로 협의가 완료된 계약까지 고려하면 전환률은 99% 수준에 이른다는 설명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