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국민겁박·직권남용"
"1조7000억 사업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순 없다""즉각 철회하고 가장 빠르고 원칙있게 추진 촉구""의혹이 있다면 명백히 밝히면 되는 일"
[수원=뉴시스] 박상욱 이병희 기자 = "의혹 제기를 빌미로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고 가장 빠르고 원칙있게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동연 지사는 12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국토부가 '사업 백지화'로 되받으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교통문제는 1400만 경기도민에게 가장 중요한 민생과제 중 하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경기 동부의 교통환경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처음 제안된 것은 2008년으로 벌써 15년 전"이라며 "2017년 '제1차 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에서는 '중점추진사업'에 포함됐다.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사업착수를 위해 2022년 국토부 '타당성평가'를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 이미 오랫동안 법적 절차를 밟아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장관 한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국민의 숙원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의 중대한 위기"라며 "정말 이례적인 일이고, 만약 제가 경제부총리로 있을 적에 장관이 그와 같은 일을 했다면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로서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할 정도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먼저 1조7000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예산실장으로 고속도로 등 SOC에 대한 재원 배분을 숱하게 경험했고, 기재부 2차관으로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하는 위치에도 있었다. 경제부총리로 국가 재정을 책임지면서 나라 살림도 책임졌다"며 "경험으로 볼 때 해당 장관의 말 한마디에 이 정도 사업이 뒤집히는 것은 '국정의 난맥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의혹 제기를 빌미로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직격했다. 또 변경안이 등장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22년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타당성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시작했는데, 양평군과 하남시, 심지어 서울시까지 9개의 지자체와 기관을 포함하면서 경기도만 쏙 빠진 이례적인 협의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양평군은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 시·종점을 유지하면서 나들목(IC)을 추가하는 안을 제1안으로 요구했는데, 양평군의 의견을 그대로 옮기자면 '경제성, 타당성, 지역주민의 편의성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노선도 2안으로 제시했지만, 양평군은 '경제성 재분석, 사업비 증액 예상'이라는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2023년 1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2차협의에서는 경기도를 포함시켜 12개의 지자체와 기관에 변경된 노선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참으로 이상하게도 협의공문의 앞 장에 있는 '사업개요'와 뒷 장에 있는 '위치도'의 내용이 서로 달랐다"고 주장했다. 사업개요 상 '구간'은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으로, '규모'는 '27.0㎞'로, '주요시설'은 '상사창, 상산곡, 남종 등 나들목 3개소로 명기됐지만, 첨부된 위치도 상에는 '구간'이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강상면', '규모'는 '29㎞', '주요시설'은 '강하'가 추가된 '나들목 4개'로 표시됐다는 것이다. 이에 김 지사는 "협의공문에서 사업개요와 노선도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과 6개월 만에 전체 노선 27㎞ 중 55%가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을 변경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변경안대로 진행하면 '타당성재조사'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기존안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그리고 감사원이나 국회가 요구할 경우에는 '타당성재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기재부가 '타당성재조사'를 결정하게 된다.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시·종점을 변경한 고속도로 사업이 1999년 이후 14건"이라며 "가장 최근에 시·종점을 변경한 '계양-강화' 구간을 살펴보면 전체 구간의 5%를 변경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변경안은 '타당성재조사'는 둘째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해야할 가능성도 있는 수준"이라며 "시·종점이 바뀌고 원안 대비 약 55%가 대폭 변경되었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기존안과 비교하면 '신규노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돌이켜보면 지금의 모든 혼란과 국론분열은 모두 갑자기 튀어나온 변경안과 그에서 비롯된 백지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의혹이 있다면 사실을 명백히 밝히면 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경기도지사로서 원칙에 입각한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