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허가에 75% 사업 개시 안 해…전력 계통 '불안'[알박기 신재생②]
신재생 늘며 한전의 전력 수급 예측 가능성 떨어져계통 안정 인프라 '미비'…RE100 추진 더뎌지나 '우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위원회가 2001년 이후 최근까지 허가한 발전 사업은 1000건 이상이다. 하지만 허가한 사업의 개시율은 25~30%에 불과했다. 실제 발전을 시작하지 않고 허가만 받은 경우가 75%에 달했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우선 허가 받고 사업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이익을 취하는 수법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수급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업자들은 태양광 발전을 허가 받기 위해 한전에 계통 연결을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사업권이 이리저리 팔리는 동안 예상했던 발전 개시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마구잡이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만 늘어나는 가운데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하며 계통이 불안정해졌다. 전력 계통은 발전소·변전소·송전선을 포함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을 일정한 주파수로 송출하는 것을 계통 안정성이라고 한다.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촉발될 수 있다. 전력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수요에 맞게 전력을 생산하는 게 계통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다만 햇빛, 바람 등이 기본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자원이기에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지 않으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계통 안정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송배전망 구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보급, 스마트그리드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은 다른 발전원보다 더 많은 송전 계통이 요구되는데, 발전원 보급에 비해 계통 구축은 속도가 더뎠다. 이에 급속도로 늘어난 태양광 발전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추는 사태도 빈번했다. 한정된 송전망으로 인해 늘어난 태양광 발전 전력만큼 원전 출력을 줄인 것이다. 또 날씨가 좋아 발전량이 많을 땐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ESS나, 정보통신기술(ICT)로 전기량을 예측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계통 안정에 대한 고려 없이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업권 되팔기' 등으로 폭증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자체가 위축되어선 안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이행에 속도가 붙은 만큼 신재생에너지 추진 방향 자체를 선회하는 건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을 선언한 바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 달성을 위한 좋은 조건을 찾아서 해외로 빠져나가고, 해외기업들은 RE100 충족이 어려우니 국내로 들어오고 있지 않다"며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이기에 신재생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친(親) 성장 정책 방향에 거꾸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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