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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도 '철근 빠졌나' 내주 조사 시작…조사 걸림돌은[철근 누락 사태 일파만파]①

등록 2023-08-05 06:00:00   최종수정 2023-08-14 09: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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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동 105개 단지 등 총 293개 단지 대상

9월 말까지 조사 마치고 10월 중 대책 발표

입주민 동의·점검 인력·재산권 침해 등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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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뉴시스] 김명년 기자 = 1일 오후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2023.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다음주부터 공공주택을 넘어 민간 아파트에 대한 '철근 누락' 전수조사에 나선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9월 말까지 점검을 신속하게 끝내고 10월 중 근절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조사대상 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위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입주자들의 협조를 얻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조사 과정에서 집값 하락 등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보니 조사 진행에 여러 부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일부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및 공공 아파트 293곳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시작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점검 대상 단지는 현재 시공이 진행 중인 아파트 105곳,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곳으로, 이들 단지의 가구 수는 25만 가구(시공 중 10만가구, 준공완료 15만가구)다. 다만 지자체가 계속해서 점검대상 단지를 조사하고 있어 단지 수는 변동될 수 있다.

LH 공공주택과 달리 이번 점검 대상에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 부분과 주거동이 모두 포함된다. 현재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는 74곳(시공 중 25곳, 준공완료 49곳), 주거동과 지하주차장에 함께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는 31곳(시공 중 21곳, 준공완료 10곳)으로 총 105개 단지에 달한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는 이미 안전진단전문기관이 지정돼 있는 만큼 공사비에 포함된 점검 비용으로 즉시 긴급 안전점검이 실시되고, 이미 입주를 마친 준공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가 우선 비용을 부담해 점검에 나선다.

점검은 단지별로 10~15개의 샘플 기둥을 정해 먼저 실시한 뒤, 하자가 발견되면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철근 누락 여부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 등 전반적인 안전을 모두 점검한다.

국토부는 대규모의 인력을 동원해 9월 말까지 두 달 내로 조사를 모두 마치고 전수조사 결과와 검단사고 원인 등을 종합해 10월 중으로 '무량판구조 안전대책' 및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설계·감리·시공 등 위반사항이 발견되는 경우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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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뉴시스] 김명년 기자 = 1일 오후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2023.08.01. [email protected]

조사의 범위가 전국의 모든 민간 및 공공 아파트로 확대된 가운데, 주거공간을 넘어 입주자들의 자산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이 발견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클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내 고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점검대상에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수조사가 정해진 시간 내에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앞서 LH 공공주택 91곳을 조사하는 데에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약 300곳에 달하는 전국 아파트 단지의 부실시공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단지가) 100개든 50개든 이는 인력의 문제고 전문성의 문제니 (9월까지 마무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장 확인 역시 인력 투입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입주자 개개인의 사유재산인 주거동 내부도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다보니 입주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거동 가구 내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가구 내로 진입해 벽면 페인트를 제거하거나 벽지를 뜯어야 하는데, 집값 하락의 우려 속에서 조사의 '샘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입주자들과 의견 조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파트 입주자 및 입주예정자들이 '명단 공개'에 매우 예민한 상태인만큼, 점검을 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토부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293곳의 아파트 명단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의 경우 입주자 동의를 위해서라도 점검사실을 통보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의 수분양자들에게도 이를 통보할지 여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입주예정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점검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과 점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당연히 (준공단지 입주자들의 경우) 점검 단지가 되면 이를 알게 된다"며 "시공 중인 현장도 보수공사를 통해 면적이 줄어드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입주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 다만 단순보수만 필요하다고 하면 이를 입주예정자들하고 협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명단 공개와 관련해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공공아파트는 죄다 공개하면서 브랜드 아파트는 집값이 떨어질 까봐 안전상 문제가 있어도 공개를 하지 않는다니 그럴 거면 조사는 애당초  왜 하는 것이냐"고 지적한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정말 위험한 수준의 아파트가 있어서 여긴 안전상 알릴 필요가 있다면 모를까 보강공사로 충분한 단지는 오픈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아직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부터 일각에서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일부 아파트 단지의 실명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부실 아파트로 '낙인'이 찍히는 등 부작용도 파생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 불안감 조성, 재산권 침해 논란 등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우려됨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제공 및 아파트 실명 공개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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