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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떡 만들고 짚풀공예하고, 설악산자락 느린여행

등록 2023-09-02 05:00:00   최종수정 2023-09-04 1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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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속초=뉴시스] 박주연 기자 = 나지막한 돌담들 사이로 제비들이 날아다니고, 골목 귀퉁이에서 노란 고양이가 낮잠을 자다 기지개를 켜는 곳….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다. 설악산의 수려한 봉우리들이 마을을 감싸 안고, 앞으로는 대청봉에서 발원한 쌍천이 시원하게 흐른다.

5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마을에는 강릉 박씨, 해주 오씨, 강릉 김씨 등이 자리잡고 집성촌을 이뤄 살았다. 조선후기 유학자 매곡 오윤환 선생, 속초지역의 효행을 상징하는 인물로, 고종으로부터 정려를 받은 박지의 선생이 이곳 출신이다.

상도문 돌담마을에서 오는 11월30일까지 살아보기형 생활관광 '속초오실'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모를 통해 선정, 지원 중인 전국 13개 체류형 생활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돌담마을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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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돌담갤러리.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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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돌담갤러리의 스톤아트…대문 대신 호롱불

"여기는 제비가 많아요."

'마을 이야기 투어'에 나선 김종극 통장이 가지런한 한옥 사이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옥 처마에 집을 지을 수 있어 제비가 살기 좋은 마을이란다.

마을 길 전체에는 돌담 갤러리가 꾸며져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새, 고양이, 강아지 등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귀여움을 뽐낸다.

'속초오실'에 참여한 방문객들에게 나눠주는 미션페이퍼를 들고 같은 스톤아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품의 주인공인 듯한 고양이와 강아지들도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돌담은 많지만 대문은 없다. 대신 집집마다 돌로 만든 호롱불 등잔들이 눈에 띈다. "이게 두 개씩 있어요. 남살, 북살을 막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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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오윤환 선생 생가.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00년 전통한옥과 속초8경 학무정

"6·25전쟁 당시에 우리나라 한옥이 다 무너졌어요. 그런데 우리 마을은 피해가 없었죠. 그래서 450~500년 가량 된 전통 한옥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예요."

선조들은 마을 인근 풍부한 적송으로 튼튼한 한옥들을 지었다. 직접 기와터를 만들어 1000도 가까운 온도에서 기와를 굽고, 둥글고 큰 돌들을 모아 두터운 돌담도 만들었다. "한옥에 두 종류가 있어요. 북방형, 남방형…. 여긴 주로 남방, 북방이 섞여 있어요."

마을을 걷다 보면 오윤환 선생의 생가가 나타난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ㄱ'자 모양으로 이뤄진 함경도형 겹집이다. 본채 지붕에 이어진 내림지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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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에서 만난 속초8경 '학무정' .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윤환은 율곡 이이의 사상을 받들며 후학을 양성했다. 일제강점기 3.1운동에 참여했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만 19세부터 55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속초8경'으로 꼽히는 마을 어귀 '학무정'도 오윤환이 건립했다. 그가 제자들을 가르치고, 시를 쓴 곳이다. 육각정자라 육모정으로도 불린다. 마을 앞 넓은 운동장은 마을주민들이 3.1운동 당시 함께 만세를 불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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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흑백 셀프사진관 '육모정삼점' .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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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흑백 셀프사진관 '육모정삼점'에 전시된 사진들.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을 속으로 더 깊게…떡 만들고, 새끼 꼬고

마을의 또다른 명물은 흑백 셀프사진관 '육모정상점'이다.

마을 중심에 있던 오래된 상점이 사진관으로 변신, 여행자들의 핫플이 됐다. 빈티지한 소품 앞에서 느낌 있는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 촬영 후 마음에 드는 컷을 고르면 곧바로 출력해준다. 사진관은 월·화·목 오전 11시~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에만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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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돌담떡 만들기' 체험.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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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짚풀공예' 체험.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돌담떡 만들기, 짚풀공예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상도문 돌담마을 방앗간에서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마을 돌담을 꼭 닮은 돌담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짚풀공예 체험에서는 마을 어르신이 직접 농사지은 짚풀로 계란꾸러미를 만들어볼 수 있다. 짚풀공예의 기본인 새끼꼬기를 배우고 계란꾸러미를 만들다 보면 훌쩍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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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설악한옥민박' 운영자 김택규씨가 자신의 시 '어머니나무1'을 들려주고 있다.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시 쓰고, 그림 그리고…이야기 가득한 민박집들

상도문 돌담마을에는 마을의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민박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설악한옥민박'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로 유명하다. 민박집 운영자 김택규씨 등 마을 어르신 6명은 2020년 시집 '상도문'을 냈다. 시집엔 어머니나무 1,2,3 등 김택규씨가 쓴 10편 가량의 시가 실렸다.

'앞마당 꽃사과나무/어머니가 심어주신 어머니나무/높이 매어놓은 그네의자에 앉아/품에 안긴 듯 살며시 졸립니다/어머니 여기 않으면/눈물이 나요/코가 매워요'(어머니나무2)

"집도, 꽃사과나무도 40년이 됐어요. 나는 집이 너무 자랑스러워. 내가 지은 집이 나이가 들고, 어머니가 주신 꽃사과나무가 튼튼하게 자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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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속초훼미리민박'.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시집에 함께 참여한 정연선씨도 남편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곳곳에 노부부가 함께 만든 작품들이 가득하다. 이 민박집은 최근 채널A '고두심이 좋아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 아저씨가 글씨를 잘 써요. 그림은 이 할머니가 그리고…. 그림이 별로 이쁘지는 않아도 손님들은 좋아하세요.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정말 행복합니다. 손님들은 큰 마음 먹고 여행을 온 거잖아. 정말 즐겁게, 편안하게 있다 가시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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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속초훼미리민박'.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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