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후폭풍③]中 반도체 기술 추격 '속도'…삼성·SK 추월 언제쯤?
中 반도체 자립 가속화…"삼성·SK 긴장해야" 경고음D램 등 메모리 격차 있지만…무시할 수 없다 평가도미중 갈등, 끝나지 않을 전쟁…美 추가 규제 대비해야
미국 내에서도 대중국 수출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화 의지를 높이는 원인 제공을 했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메이트60 프로'는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사용됐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인데, 이 '기린 9000' 칩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생산을 맡았다. SMIC의 7나노 공정은 이미 TSMC가 2018년에 상용화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작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미세 공정 분야에서 '마(魔)의 벽'으로 통하는 10나노를 돌파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제품이 원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져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내수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中, 제조 기술 격차 크지만…설계·후공정 등 일부 우위 중국의 반도체 자력화는 설계에서 생산까지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도체 설계 분야에 투자금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바이렌 등 팹리스(설계)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설계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조 경쟁력의 경우 아직 격차가 큰 편이다. 글로벌 선두기업과 비교했을 때 최대 5년(낸드 플래시 2년·D램 5년·로직 반도체 5년)의 격차가 있다. 이번에 화웨이 폰에서 SK하이닉스 메모리가 나온 것도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데, 미국이 기술 라이선스를 지배하는 시장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반도체 전력을 갖고 있다. 특히 후공정(패키징+테스트) 분야에서 중국은 대만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코트라 하얼빈무역관에 따르면 전 세계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의 10.3% 수준에서 매년 소폭 증가하다가 2020년에는 14.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에 韓 희생양 될 수도…"국내 생산 역량 강화해야" 중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뚫고 반도체 자립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분업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에서 단기간 내에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첨단반도체 공급망과 범용 기술에 기반을 둔 중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언제든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의 한국 유치를 위해 반도체 생산역량 강화를 지원해 반도체 제조 허브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며 "반도체 제조 환경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