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한다고 불법하도급이 잡힐까"…속 타는 대형건설사[건설사고 STOP]③
정부, 불법하도급 근절·건설 카르텔 혁파 '집중'해당 도급사 외에 원도급사·발주자도 처벌"취지 알지만…이면·구두계약 알 길 없어""부실 원인 종합적 분석 필요…환경 바꿔야"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하도급과 카르텔 구조로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부의 건설 산업 정상화 대책이 처벌 강화에만 집중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면 해당 도급업체뿐만 아니라 원도급사와 발주자도 처벌받게 된다. 정부는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준보다 공사비 절감을 통한 기대이익이 커 불법하도급 관행이 여전하다고 보고, 처벌 수준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피해액 5배 범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고, 과징금도 도급 금액의 30% 이내에서 40%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든 것은 불법하도급으로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공동주택 하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일 불법하도급 단속 결과 브리핑에서 "건설사의 불법성 인식이 낮고, 정부나 발주자의 단속이 부실해 불법하도급이 횡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하자 많은 집에서 살게 되고,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불법하도급 대책이 처벌 강화에 집중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원청이 하도급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법 재하도급은 이면이나 구두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내부고발 없이는 불법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원청과 발주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불법하도급 근절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불법하도급은 처벌 강화만으로 막을 수 없다"며 "공익제보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방안 등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전단 보강근' 누락으로 확인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 아파트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LH 발주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대거 확인됐고, 국토부는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LH 전관 출신 업체의 부실한 감리라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검단 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내렸고, LH에 대해서는 "가장 강한 외부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전관 카르텔 혁파를 예고했다.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건설 산업 카르텔 혁파방안'에서도 LH와 시공사, 감리업체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건설업계 카르텔을 사실상 수수방관 하다가 사고가 터지자 처벌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사업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GS건설이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검단 아파트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발표한 후 금융 조달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사업자 자금조달지수는 전월 대비 9p 하락한 74.6을 기록했다. 주산연은 "금융업계의 위험관리 강화 움직임과 건설업계의 아파트 부실시공에 따른 전면 재시공 등 신용도 저하에 따른 금융 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명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결국 근본 원인을 개선하지 않고 처벌만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며 "부실이 일어나는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문화 자체를 바꿔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