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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대신 HUG가 갚아준 보증금, 올해 2조 넘어[전세사기 '상처']③

등록 2023-10-08 06:00:00   최종수정 2023-10-10 11: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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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 2조48억

해마다 떨어지는 회수율…올해 14.4%뿐

전세사기, 영끌·갭투기에 HUG '흔들'

"임대인 상환능력 반영해 보증료율 차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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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3.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떼먹은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2조원을 넘겼는데, 이로 인해 HUG의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강도 높은 채권회수,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 등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1~8월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은 2조48억원으로, 연간 기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다세대·연립을 중심으로 역전세와 전세사기가 확산한 영향이다.

회수율은 14.4%에 불과했다. 대위변제한 전세보증금을 경·공매 등을 통해 회수하기까지 통상 2년 정도의 시차가 나기는 하지만 회수율은 해가 갈수록 급감하는 추세다.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의 추이를 나타낸다.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손실도 크게 불었다. 올 반기(1~6월) 순손실은 1조32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47억원)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이는 HUG의 예상치도 훌쩍 넘는 수준이다. HUG는 지난 5월 작성한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계획 전망치'에서 올해 당기순손실을 1조7558억원으로 추정했는데, 반년만에 75%가 넘는 손실이 난 것이다.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중에서는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 등과 조직적으로 공모해 작심하고 사기를 벌인 이들도 있지만, 무분별한 '영끌'이 문제가 된 경우도 상당수다. 집값이 급등하던 시절 자기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전세보증금으로 갭투자를 했다가 가격 하락기 때 매매가가 보증금보다 낮게 형성되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투기에 가까운 투자는 가격 상승기 때 상승분이 고스란히 집주인 몫으로 돌아갔지만, 하락기 땐 HUG 등 공적 영역에서 손실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된 모양새다.

보증사고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반환보증 가입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전세가율이 100% 이하일 때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었는데, 이를 90%로 조정한 것이다. 주택 시세도 공시가격 150%에서 140%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서 저가주택에 거주하는 취약 임차인들이 보호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거주 취약계층 보호와 전세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임대인의 부채비율 등 상환능력을 반영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금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은 다른 보증상품에 비해 낮고, 실제 보증사고율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며 "실제 손실률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윤상 KDI 연구위원은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경우에도 보증위험을 반영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하고, 또 임대인의 상환능력 등을 반영해 보증료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보증료율이 현실화된다면 저가주택의 보증료율이 높아질 수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단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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