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대입 개편]표준점수 유·불리, 문과침공…'수능 선택과목' 폐지 이유는

등록 2023-10-10 18:18:1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논란 덩어리' 선택과목 수능, 2028학년도부터 과목 통합

이주호 "선택과목 아닌 실력·노력만으로 수능 점수 결정"

17개 탐구→통합사회·통합과학…문·이과 융합 학습 유도

'심화수학' 변수…"도입되면 문·이과 통합 사실상 불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표준점수는 다르게 산출돼 도입 당시부터 숱한 논란을 낳았던 수능 선택과목 제도가 2028학년도(현 중2)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10일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발표를 통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통합형 과목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수학에 도입됐던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를 6년 만에 폐지하겠다는 의미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수험생은 국어·수학에서 동일한 문항을 풀어 경쟁한다.

당초 '독서, 문학'을 공통으로 치르고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골랐던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으로 통합되며, 수Ⅰ·Ⅱ를 공통으로 치르고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골라 응시했던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통합된다.

이 같은 대대적인 개편의 배경에는 현행 '공통과목+선택과목' 수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당초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와 호응해 수능에서도 응시 과목에 대한 선택지를 열어줬지만,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과목 선택 기준을 진로, 적성, 선호가 아닌 대입 유불리에 뒀기 때문이다.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에 연동되는 표준점수 산출식에 따라 우수한 학생이 몰린 선택과목에 수험생들이 점점 몰리기 시작했고, 표준점수 획득에 불리한 선택과목은 외면 받았다.

심지어 주요 대학의 이공계 및 의대가 특정 선택과목 응시를 지원 자격으로 내걸면서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는 더욱 공허해졌다. 아울러 수학에 강한 이과 학생들이 고르는 선택과목의 표준점수가 높게 산출되면서 이과 학생들이 표준점수 우위를 활용, 경영학과 등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일명 '문과 침공' 문제가 매해 불거지기도 했다.

수능 출제·채점 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종로학원 분석 결과 '공통과목+선택과목' 수능 도입 첫 해인 2022학년도 수학 '미적분' 만점자는 '확률과통계' 만점자보다 표준점수가 3점 높았다. 이듬해인 2023학년도 수능에서도 3점 격차가 유지됐다. 킬러문항이 배제된 올해 수능 9월 모의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적분'이 '확률과통계'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3점 높았다.

수험생들은 점점 '미적분'에 모여들었다. 미적분 응시율은 2022학년도 수능 39.7%에서 이듬해 45.4%로 뛰었으며, 가장 최근인 올해 9월 모의평가에는 과반인 51.3%를 기록했다.

국어에서도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하다고 평가 받는 '언어와매체' 응시율이 2022학년도 수능 30.0%에서 올해 9월 모의평가 41.4%까지 상승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의 수능시험은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일지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되는 큰 불공정이 있었다"며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수능 점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가 저울질 중인 심화수학이 도입될 경우 문·이과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가 다시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화수학'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적분Ⅱ와 기하가 출제되는 과목으로, 제2외국어·한문과 함께 원하는 학생만 치르면 되고 절대평가로 실시되지만 벌써부터 의대·공대 지원을 위한 문턱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주요 대학이나 의약학계열의 경우 심화수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확률이 높다"며 "절대평가라고 해도 부담은 있다. 실시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17개 과목 중 2개를 고르는 사회·과학탐구 영역도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목을 치르도록 개편된다.

물론 사회·과학탐구도 어떤 과목을 응시하느냐에 따라 출제 난이도가 표준점수가 다른 문제가 있었지만, 탐구 영역의 통합은 '문·이과 융합형 학습'을 유도한다는 데 보다 방점이 찍힌다.

이 부총리는 "사회·과학을 통합 응시하게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개별 과목의 한정된 지식 암기보다는 사회·과학 전반을 다루고 논리적 사고 역량을 키우도록 융합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1 때 배우는 과목으로, 기존 탐구영역으로 출제됐던 17개 과목에 비해 비교적 쉬운 과목이므로 상대평가로 충분히 변별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며 "그만큼 나머지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와 수학에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 시안'에 따른 수험생 학습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과학탐구는 새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고1 수준 공통과목으로 출제 범위가 바뀌는 만큼 연구를 거쳐 새로운 문제 유형을 내년 하반기 내놓을 방침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