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데믹②]필수약 찾아 '약국 뺑뺑이'…"땜질처방 그만"
해열제·항생제 등 품절 의약품 잇따라정부, 약가인상·협의체 등 대책 추진중"약가제도 손질·공공센터 설립 필요해"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을 경험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마스크, 진단키트 대란에 이어 ‘의약품 대란’을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었음에도 품절약 사태가 이어지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및 독감, 감기에 이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이 유행하면서 해열제·감기약·독감수액 등의 품절상태가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등의 품절 장기화, 변비약으로 쓰이는 ‘마그밀’ 품절 등 다수 의약품도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국내 의약품 품절이 잦은 이유로 낮은 약가와 원료수급의 어려움, 공급 불균형 등을 꼽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제약사들이 생산을 하지 않거나 소량만 생산하게 된다. 또 전쟁이나 각 국가 사정에 따라 원료·의약품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품절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약가 인상, 원료자급화 지원, 품절약 협의체 구성 등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작년 품귀 현상이 지속된 해열제 원료인 아세트아미노펜 품목의 약가를 최대 76.5% 인상했다. 원가는 상승했으나 제자리인 약가로 인해 제약사들이 생산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또 수산화마그네슘 성분 변비약의 약가도 인상했으며, 소아 해열제·항생제 등도 약가를 인상할 계획이다.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부처·기관과 대한약사회, 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으로 구성된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도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수급 불안정약 민관협의체·관리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약사회는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으며, 심평원은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에서 수급불안정 의약품 신고와 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공공관리의약품센터 구축 필요…제약업계 “약가인하 정책, 개선해야”
그러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에서는 의약품 품절의 경우 국가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수요 물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여기서 국무총리실 산하의 '공공관리의약품센터‘(가칭)를 구축하고 ▲모니터링 및 정보 관리 ▲공공 생산 인프라 구축 ▲수급 예측 고도화 등 연구사업 ▲관련 부처 간 협업 등의 업무를 통해 의약품 품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에서는 약가인하 정책 자체가 어려움을 주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년 약가인하 정책에 따라 제약사들은 국산 원료를 사용하기 어렵고, 이것이 의약품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광희 보험유통본부장은 해당 토론회에서 “품절약에 따른 임시적인 약가인상보다는 약가인하 정책을 개선해 수급 불안정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품절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성분명 처방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처럼 특정 제약사의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할 경우 품절된 약도 재고가 있는 약으로 대체해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사사회에서는 품절이 지속되는 약만이라도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의사들의 강한 반대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병원 문전 약국이나 규모가 큰 약국들에서는 품절약이라도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으나, 동네 약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는 공급 불균형 문제도 계속해서 완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