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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기’ 대세… 모바일 게임 다크호스로 떠오른 '방치형' 게임[사이다IT]

등록 2024-01-14 08:30:00   최종수정 2024-01-22 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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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사 개발 '버섯커키우기' 구글 매출 2위

다양한 콘텐츠로 중독성↑…광고제거·소액 패키지 BM 발굴

게임에 많은 시간 투입하지 않는 것 선호하는 경향 엿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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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커키우기 홍보 영상 캡쳐(사진=유튜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키우기’ 이름을 쓰는 방치형 게임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국내 앱마켓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매출 1~2위를 기록하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버섯커키우기’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한국에 출시된 이 게임은 약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매출 10위로 올라서더니 지난 12일 기준 2위를 기록, 부동의 1위 리니지M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는 3일 만에 매출 1위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버섯커키우기는 방치형 게임이지만 RPG(역할수행게임) 요소를 담아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쉬운 난이도로 남녀노소 이용자를 공략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쌓이는 램프를 점등해 아이템이 나오면 장착하거나 팔면 됩니다. 그리고 작은 버섯은 자동으로 전투를 벌이며 스테이지를 진행합니다.

일정 레벨이 되면 스킬, 동료 뽑을 수 있고, 램프 자동 점등이 가능해 본격적인 방치형 플레이가 진행됩니다. 중간중간 번거로운 과정을 넣어 마냥 게임을 방치해 두지는 않습니다. 30 레벨 이상부터는 전직을 할 수 있어 버섯을 점점 키울 수 있고, 100레벨이 되면 ‘인간’이 됩니다. 전투 외에 광산, 연구소, 농장 등 생활 콘텐츠도 즐길 수 있습니다.

간편하면서도 방치형 게임치고 많은 즐길거리로 중독성 있는 게임 플레이가 버섯커키우기의 차별점으로 해석됩니다. 램프를 지속 점등하면서 빠르게 ‘득템’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데다가 전투력을 올리는 재미가 있고 길드, 길드 레이드, PvP(이용자간전투) 등 할 일을 끊임없이 던져줍니다. 내 전투력에 따른 랭킹이 실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쟁 콘텐츠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공략합니다.

그러면서도 방치만 해둬도 빠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숏폼처럼 짧은 시간을 투입해 강렬한 자극을 콘텐츠를 즐기는 1020세대 이용자의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죠. 바쁜 직장인들도 게임을 켜두고 잠깐씩 짬을 내서 즐기기 안성맞춤입니다. PC 웹 페이지에서도 간단하게 계정을 연동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통상 큰 과금이 필요 없는 방치형 게임이 어떻게 리니지W, 오딘 등을 제치고 구글 매출 2위에 올랐을까요. 버섯커키우기도 여타 방치형 게임처럼 ‘광고제거’ 상품을 판매합니다. 30초짜리 광고가 워낙 많은데 광고제거를 1만2000원에 사면 평생 광고를 안 봐도 돼 이용자를 혹하게 합니다.

초반에는 조금의 과금으로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해 이용자들을 유입시킨 뒤, 야금야금 과금을 유도합니다. 경쟁 콘텐츠도 많아 고액을 과금하는 이용자들도 상당수입니다. 1200원, 6000원 등 천원대에서 10만원 초반대 소액 패키지를 지속 노출해 ‘박리다매’를 노립니다. 그러면서도 무소과금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를 통해 많은 이용자들을 유입시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습니다. 인기 유튜버 ‘나선욱’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꽤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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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커키우기 인게임 이미지(사진=최은수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방치형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넷마블 대표 IP(지식재산권)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지난해 출시돼 구글 매출 2위까지 올라섰죠.  ‘저사양’, ‘저용량’, ‘쉬운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SD캐릭터로 재탄생한 다양한 원작의 영웅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 요소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일일 광고 시청으로 루비 등 다양한 보상이 지급되는 게임 내 광고와 월 9900원에 광고 시청 없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광고 제거 월정액’을 제공해 수익모델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소규모 게임사 위주의 방치형 게임을 대중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실제 다수 국내 게임사들이 방치형 게임을 내놓고 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는 차세대 키우기 게임 '소울 스트라이크'를 오는 17일 한국과 글로벌 전역에 출시합니다. 위메이드커넥트는 '팔라딘 키우기'를 올 2분기 내 출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그러는 사이 중국 게임사들이 자본을 앞세워 국내에서 양산형 방치 게임 시장을 잇따라 내놓고 흥행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버섯커키우기를 개발한 조이 나이스 게임즈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방치형 RPG 게임 '개판오분전'을 출시해 구글 매출 10위까지 올랐습니다. 차례로 나오는 상대를 물리쳐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간단한 게임 방식으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방치형 게임의 인기는 MMORPG 위주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오는 3월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게임사들이 기존의 자율규제로 확률을 공개하고 있긴 했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컴플리트 가챠, 변동확률, 천장제도 등도 표시해야 하고, 표시 대상이 광고·선전물으로 확대됐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지만, 위반 시 처벌 대상에 오르는 규제 영역이 된다는 점에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가 됐습니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이 자사 대표작 ‘메이플스토리’ 등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116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게임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면서 확률형 관련 규제 강도가 높아졌다는 이유입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매출 40%를 차지하는 '큐브' 판매를 중단하는 강수로 뿔난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제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이용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리니지라이크식의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MMORPG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커졌고, 새로운 게임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젊은 이용자일수록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튜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웹툰 등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며 이용자 여가시간을 뺏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콘텐츠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습니다. 더 이상 게임의 경쟁자는 게임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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