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될까, 아이 낳겠나"…합계출산율 0.7명도 위태[세쓸통]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 박소진(36)씨는 지난해 말 첫 아이를 낳은 후 곧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산 후 3개월 만입니다. 100일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올 때,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아이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올해 승진 대상자인 걸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힘든 건 둘째 치고 '육아 대신 승진을 선택하는 건 욕심'이라는 가족들의 비판과 '지금 일 놔버리면 끝'이라는 친구들의 경험담 사이의 심적 갈등이 박씨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 최근 이직을 하면서 새 직장 인근으로 이사를 한 김민정(31)씨는 급작스러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회사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겁니다. 연봉 삭감이 예고되면서 직장이 불안정해지자 오만가지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착실히 돈을 모아 내년에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남자친구와의 약속도 잠시 미뤄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출산과 육아, 직장의 세 박자를 고루 갖추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아이를 낳아도 걱정, 낳기 전에도 걱정, 안 낳아도 걱정입니다. 박씨와 김씨의 사연은 우리 주변의 직장 선후배, 가족, 친구들에게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출생아 수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4.1%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68%로 역시 역대 최대였습니다. 30대 여성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2000명 늘어났는데, 이는 1985년 10만2000명이 늘어난 이후로 역대 최대폭 증가입니다.

그만큼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고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혼인율 감소를 설명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는 초혼 연령입니다. 지난 2002년 여성이 첫 결혼을 하는 나이는 27세였습니다. 10년 후인 2012년엔 29.4세까지 높아졌고, 2022년에는 31.3세까지 치솟았습니다.

여성의 혼인 연령이 30세를 넘어선 건 2015년부터입니다. 최근 10년으로 비교할 때 남성의 혼인 연령이 1.6세 높아질 동안 여성은 1.9세 늘어났습니다. 박씨처럼 30대 중후반, 혹은 더 늦은 40대에 아이를 낳는 노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혼을 선택했어도 출산하는 시점을 미루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수 있는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연령은 OECD 중 가장 높은 33.4세입니다. OECD 평균인 30.9세보다 2.5세가량 높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곧 여성의 고용률 감소로 이어집니다. 부모의 관리와 양육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일수록 고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주요 국가의 6세 이하 아이를 가진 여성의 고용률을 추출해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를 보면 포르투갈(85.8%), 네덜란드(83.3%), 리투아니아(80.7%), 크로아티아(80.5%) 등이 80%대로 높은 고용률을 보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프랑스는 70% 이상을 나타냈고, 스페인, 미국, 아일랜드, 폴란드가 60%대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6세 이하 자녀를 가진 여성의 고용률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2016년부터 18세 미만 자녀와 같이 살고 있는 취업한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고용현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0%를 기록했습니다.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30대 초반으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50~54세의 고용률은 67.3%로 높은 반면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52.7%이었습니다.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자녀의 통계를 집계한다면 훨씬 낮아질 겁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첫 출산은 여성의 고용률을 45%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일-가정 양립제도 역시 실질적인 수혜를 받는 계층이 맞벌이 부부로 한정적이고, 육아휴직의 경우 대기업과 공공부문 종사자, 혹은 맞벌이 고소득 가구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지난해를 통산한 합계출산율이 발표됩니다. 통계청은 최근 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중간 전망 기준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0.72명, 출생아 수 23만명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최초로 0.6명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통계청이 중간 수준으로 예측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저위 추계로는 0.6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출생아 수는 줄고, 고령인구는 늘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경쟁하듯 저출산 대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여당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상향하고,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의무화, 연간 5일 유급 자녀돌봄휴가 신설 등을 발표했습니다. 야당은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출산 시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제공, 신혼부부에 10년 만기 1억원 대출 등을 제시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올해는 곳곳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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