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의 명예회복 '죄가안됨'…불기소 종류는?[클릭]
공소권없음, 죄가안됨, 혐의없음 등 불기소 유형 '다양'소재불명 시 기소중지·참고인중지 처분도 내려
지난 2일 오후 사회부 사건 기자들에게 위와 같은 알림이 전달됐어요. 검찰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60대 남성 A씨에게 '죄가안됨' 처분을 했다는 내용이었죠. 고려대 4학년에 재학중이었던 A씨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5차례에 걸쳐 광주에 내려가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다가 포고령 위반 혐의로 붙잡혔으나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어요. 기소유예 즉 죄가 있지만 기소는 하지 않겠다는 선처를 받은 셈인데요. 세월이 흘러 60대가 된 이 남성은 지난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군검찰에 진정을 넣었어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1년도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면서 이를 준용해 '죄가 없음' 처분으로 바꾼 거라고 해요. 불기소 처분이라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분 입장에서는 '죄가 있으나 유예한다'와 '죄가 안돼 불기소한다'는 천지차이겠죠. 44년만에 명예회복을 받게 된 것이죠. 이 분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아 직접 심경을 들을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손에 쥐게 된 '죄가 안됨'이라는 불기소 처분 통지서가 본인이 겪었을 '광주의 아픔'을 씻어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판례 해석으로 A씨의 명예를 찾게해 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이진수 검사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①공소권없음(면소판결 사유, 공소기각 판결사유) 기소를 통해 재판을 해봤자 판사가 면소(유무죄를 가리지 않고 소송을 종결) 판결을 내릴 것이 뻔한 경우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리죠. 사면을 받았거나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이미 같은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하죠. 또한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하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경우,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리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전 시장의 불기소 사례가 이에 해당해요. ◆②죄가 안됨(위법성조각사유) 범죄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방위나 공익 목적의 명예훼손, 긴급피난 같은 위법성조각사유(위법성을 면제해 주는 경우)에 해당할 경우 '죄가 안됨' 불기소 결정으로 내리죠. 불이 나서 옆집으로 대피했는데 이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아요. ◆③혐의없음(증거없음, 증거 불충분) '무혐의'라고도 불리는데 법적 용어는 '혐의없음'이에요. 수사를 해보니 사안이 경미해 과태료 처분 정도로도 충분해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죠. 또한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를 아예 찾지 못하거나, 증거가 충분치 않을 경우에도 기소 단계에서 검찰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도 하죠. 지난 2018년 프로야구 키움 투수 조상우 선수가 성폭행 혐의를 받았는데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어요. 조상우는 당시 KBO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억울하다며 이를 보상해달라고 소송을 냈고 아직도 재판중이에요. ◆④기소유예(소추요건 등 구비했으나 처벌가치 없음) 말 그대로 기소할 만 하지만 유예해준다는 거에요. 즉 한번 봐주겠다는 거죠. 범죄 요건은 갖췄는데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기소유예 결정을 내릴 수 있죠. 경미한 범죄에 초범인 경우가 많아요. 불기소 처분이기 때문에 전과는 남지 않지만 검사에 의해 '죄가 있다'고는 인정됐기 때문에 공무원의 경우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죠. ◆⑤기소중지(피의자 소재불명 등) 범죄 혐의자가 해외 도피하는 등 소재가 불분명해 기소를 일시 중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죠. 추후 소재 파악이 되거나 하면 재기될 수 있죠.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받았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3월 해외도피 6년만에 귀국했는데, 검찰은 이때 기소 중지됐던 이 사건을 재기해 기소한 바 있죠. ◆⑥참고인중지(참고인, 고소인 등 소재불명) 기소중지와 비슷한데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중요한 참고인이나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리기도 하죠. 본인 잘못에 의해 기소중지된 것이 아니어서 참고인중지 결정을 받은 피의자는 신분상 불이익이 덜해 별도 절차없이 여권 발급이 가능하죠. ◆⑦각하(동일사건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 같은 사건으로 이미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 수사를 계속 진행해봤자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은 경우, 뜬소문 등 풍문을 근거로 고발해 수사를 개시할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각하' 결정을 내리죠. 얼마전 영화 '서울의봄'을 학생들에게 단체 관람하게 한 고등학교 교장이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됐는데 검찰은 '고발장 만으로는 위법 부당함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었죠. ◆⑧공소보류(국가보안법 사건)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만 적용되는 '공소보류'라는 불기소 처분이 있죠. 수사에 협조하는 경우 공소의 제기를 보류하는 조치로서, 사찰 강화 등 피의자를 역용하려고 할 때 이같은 처분을 내린다고 하네요. 이처럼 수많은 불기소 유형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A씨의 경우 2번에 해당하는 '죄가 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은 거죠. 검찰이 혐의 사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통해 불기소 처분을 적극 활용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