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결에서 협력으로 대전환"…합종연횡 '활기'
'脫 엔비디아'…'승자독식' 반도체 시장 대전환엔비디아도 메모리-파운드리 생태계 강화 추진"올해 AI 시장 재편 속 주요 업체 합종연횡 발생'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설계부터 생산까지 한 곳에서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중심의 경쟁 시장이었으나, 점차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 설계자산(IP) 등 다양한 전문 업체 간 협력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AI 반도체 시장 독주 상황에서 협력 업체들도 수혜를 입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누구와 만드는가’가 성공 요인이 될 정도로 시장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챗GPT' 등장 이후 AI 를 통한 생산성 강화를 위한 기업들 간 합종연횡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사상 최대인 7조달러(9300조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는데,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직접 ‘동맹’을 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트먼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트먼은 반도체 자체 생산을 위해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 모바일 반도체 IP 1위인 영국의 Arm(암)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나 사업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의 연산 작업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면담했다. 또 오는 21일 인텔의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석해 펫 겔싱어 인텔 CEO도 만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탈(脫) 엔비디아’를 모색 중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이르면 이달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가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메타는 AI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대량 확보하는 동시에,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AI 반도체 자체 개발 방안도 적극 모색 중이다. 오픈AI, 메타 외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자체 칩 개발을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는 HBM 협력 강화 외에 AI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지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업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사업부의 시너지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최근 Arm과의 협력을 발표해 주목된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파운드리 선단 공정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렌지스터 구조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최첨단 공정에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IP을 최적화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도 시장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생산 역량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리드타임(주문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말 8~11개월에서 최근 3~4개월까지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리드타임 빠른 감소세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면서도, 엔비디아가 TSMC, SK하이닉스 등 협력 업체들과의 공조를 통해 시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와 맞물려 SK하이닉스도 2026년부터 양산 예정인 6세대 HBM 'HBM4'와 관련해 TSMC와 연합 전선을 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커지고 있다. D램 공정으로 수행하던 일부 공정을 파운드리에 맡겨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재편 속에 올해 주요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오픈AI 등 반도체 후방 시장 업체들의 전방 시장 진출을 위한 연합 전선 구축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