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실패론'에 출구 못 찾는 이스라엘…가자는 '생지옥'으로[가자전쟁 6개월①]
IDF, 임무 완료했다는 북부서 다시 대규모 공격전쟁 6개월로 가자 기근 임박…인도 지원도 중단이스라엘 내부 반발 최고조…'조기 총선' 요구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두 달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천명했다. 전쟁 발발 6개월이 지났지만 가자에서 군사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마스를 근절하겠다는 이스라엘 목표를 비웃듯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지나간 곳에서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그사이 가자지구는 '생지옥'이 됐다. 계속된 공습과 봉쇄로 기근이 임박했고, 의료시설은 붕괴됐다. 설상가상 구호단체 직원들이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사망하면서 인도 단체들은 활동 중단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질 생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조기 총선 목소리까지 제기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무 완료' 북부서 다시 대규모 공격…하마스 근절, 애초에 가능한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을 다시 공격했다.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 공격으로, IDF가 임무 완료를 선언했던 곳이기도 하다. 2주간 공격으로 IDF는 하마스 등 테러 조직원 500여명을 체포했고, 최고 지휘관을 포함해 약 20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병원 시설에서 하마스가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다는 첩보가 입수됐으며, 무기 은닉처도 발견됐다고 IDF는 발표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작전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작전을 완료한 곳에서 하마스가 버젓이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근절' 목표가 애초에 가능한 것인지 의문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 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사람들은 우리가 이미 알시파를 청소하지 않았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다"며 "(자리를) 비우는 즉시 5분 안에 하마스는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IDF 가자지구 사령관으로 퇴역한 가디 샴니 장군도 NYT에 "필요 이상으로 오랜 기간 이같은 작전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IDF가 한 지역을 떠날 때마다 하마스는 그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통치 기구가 공백 상태인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스라엘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부패로 주민들의 신임을 잃었다. 이스라엘도 PA에 가자 통치를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자 내부에서 하마스와 무관한 인사들로 통치 기구를 만들려는 노력도 쉽지 않다. 이스라엘에 협력했다가는 자칫 하마스의 보복을 당할 수 있어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지옥' 된 가자지구…구호단체 지원마저 끊길 판 전쟁이 반년째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에는 기근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 25명 이상이 영양실조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1일 가자시티에서 태어난 한 아기는 태어날 때보다 체중이 줄어 현재 2.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갓 태어난 신생아 평균 몸무게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영양 부족과 계속되는 폭격, 전염병, 정신적 트라우마로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평생 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 아동 건강 권위자인 줄피카르 부타는 WP에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영양과 성장에 장애가 생기면 뇌 성장이 멈춘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구호단체 지원도 끊기고 있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에서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오인 폭격으로 직원 7명이 사망하자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단에 나섰다. 주요 원조 국가였던 아랍에미리트(UAE)도 사망 사건을 완전히 조사하고 향후 요원 보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자지구에 임시 부두를 건설해 해상 인도적 통로를 만들겠다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계획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국은 유엔 기구 및 구호단체들과 구호품 배급 등 계약 체결 직전까지 논의를 진전시켰지만, 이번 사건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분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가자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더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통화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북부 교차로와 이스라엘 항구를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그간 이스라엘이 구호품 반입을 엄격하게 관리해 온 만큼, 실제 원조 물량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내부 반발도 최고조…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조기 총선' 목소리까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스라엘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수도 예루살렘에선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10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네타냐후 총리 퇴진과 인질 130명의 생환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지난 3일 바리케이드를 뚫고 총리관저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무력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조기 총선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시 내각 일원이기도 한 야당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단결과 신뢰 회복을 위해 오는 9월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간츠 대표는 "전쟁 발발 약 1년 뒤인 오는 9월로 선거 날짜를 합의해야 한다"며 "일정을 정하면 군사적 노력을 계속하는 동시에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신호를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보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총리 적합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중, 승리 직전의 순간 선거를 실시하면 국가가 마비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미국 민주당에서도 이스라엘에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내외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압박에 수용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