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알뜰폰 ②] 금융권 진입, 메기일까 미꾸라지일까
알뜰폰 또다른 핵심 플레이어 부상한 KB리브엠, 토스모바일금융+통신 결합·캐시백 요금제 등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이통3사 자회사와 달리 제약 없어…자본력 바탕 출혈경쟁 우려
금융권의 시장 진입도 알뜰폰 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핵심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알뜰폰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단순 요금 경쟁에서 벗어나 금융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혁신을 이룰 주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대로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가격 경쟁만을 부추겨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KB리브엠, 토스모바일 등 금융권 알뜰폰의 이유 있는 돌풍 금융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 이동통신서비스 ‘KB리브엠(리브모바일)’을 은행의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했다. 정부가 2011년 가계 통신비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한 이후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을 정식 허가해준 첫 사례다. 이를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들의 알뜰폰 시장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은행도 연내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시장에 진출한 금융권 알뜰폰은 'KB리브엠(리브모바일)과 '토스모바일' 등 2개 브랜드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2022년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정부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내심 반긴다. 알뜰폰 시장에는 80여 개의 사업자가 있지만 KT엠모바일(KT), U+모바일(LGU+), 헬로모바일(LGU+), SK텔링크(SKT), KT스카이라이프(KT) 등 이통3사 자회사가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 이통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에 그대로 전이됐다는 비판이다. 비(非)통신 부문 메이저 플레이어였던 헬로모바일이 LG유플러스에 인수된 이후 균형 추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더 이상 이통사 알뜰폰에 맞설 경쟁자들이 없어진 시점에 금융권 알뜰폰이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 KB리브엠의 경우 서비스 5년여 만에 42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하는 반기별 이통통신만족도 조사에서 이통3사를 제치고 5회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토스는 기존 사업자들과는 영업방식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한다면 토스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 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출범 1년여 만에 가입자 10만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빠른 성장을 나타냈다. 서비스 경쟁을 촉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토스모바일의 ‘캐시백’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가입한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보다 적게 쓰면 일정 수준으로 비용을 돌려주는 구조다. 이렇게 돌려받은 캐시백은 요기요, 무신사 야놀자 등 토스가 제휴한 700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올 초에는 고객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해 최적의 요금 구간을 추천하는 맞춤형 요금제를 업계 처음으로 내놨다. 가입한 데이터 구간보다 실제 데이터 사용량이 적으면 다음 달엔 실제 쓰는 구간으로 요금제를 하향할 것을 추천한다. 약정이 없어 요금제 변경이 자유롭다. 게다가 토스모바일은 정확한 사용량 분석을 위해 가입 첫 달은 71GB 초과 100GB 이하 구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리브엠은 KB국민은행 금융 상품과 결합한 요금제가 강점이다. 국민은행을 상품을 이용하면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가 하면, 국민은행 거래 공무원에게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의 잇단 진출에 기존 사업자들은 달가워할 리 없다. 특히 중소 사업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사업 운영 목적이 다른 만큼 업계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령, 기존 사업자들은 통신을 본업으로 하지만 리브엠은 금융 상품 가입자 락인(Lock-in)이 주목적이다. 알뜰폰으로 이익을 내기보다 금융 상품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하면서 이제 다른 은행들도 제약 없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는 금융권 알뜰폰에 대한 정부의 별도 규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금융위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인정하면서 시장 건전성 훼손 및 과당 경쟁 방지, 이용자 보호 등 알뜰폰 시장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포괄적 조건을 걸었지만, 요금제 가격과 점유율 제한 조치는 두지 않았다. 반대로 이통3사 자회사는 대형 사업자라는 이유로 별도의 규제를 받는다. 가령, 이통사 자회사들은 전체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길 수 없다. 또 망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출시도 안 된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금융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시중은행이 알뜰폰사업을 영위할 경우 이동통신시장 내 경쟁제한으로 인해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생태계를 교란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민은행이 내수시장에서 금융업 본연의 경쟁보다는 결국 중소 알뜰폰과의 약탈적인 가격경쟁에만 몰두하고, 특히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를 비롯한 신용정보와 개인정보가 결합 마이데이터 판매에만 몰두할 수 있다"며 "은행의 부수업무 확대 방안은 소비자 후생은커녕 소비자에게 끼치는 경쟁제한의 폐해가 더 크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리브엠 관계자는 "가입자의 상당수가 기존 중소 알뜰폰이 아닌 이통사에서 옮겨왔다"고 해명했다. 또 상생을 위해 도매대가의 90% 이하로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공정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력을 갖춘 대형 사업자인 만큼 이통사 자회사 수준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에서는 알뜰폰 태생 자체가 중소 업종이 아닌 기존 이동통신 대체 서비스라는 점에서 중소 사업자들의 이권보다는 소비자 편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만큼 이통사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사업자를 육성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생태계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면 소비자 후생 확대나 경쟁 활성화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장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 확인할 것"이라며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소비자 혜택 확대가 이뤄지려면 알뜰폰에도 대형 사업자 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