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족" 지구촌이 신음…중동정세에 더 커진 불안[약이 없다①]
팬데믹 이후 세계곳곳서 부족현상 지속공급망·전쟁·기후변화 등 다변화가 원인업계, 생산 공장 현지화 및 거점화 전략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코로나19, 독감, 폐렴이 동시 유행한 후 해열제, 진해거담제 등 감기약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콜레라가 확산되며 예방 백신 부족 상황에 이르렀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 따르면 세계적인 의약품 부족과 품절 현상은 감염병 증가, 전쟁, 공급망 혼선, 기후 변화 등 세계의 다변화와 연관 깊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긴 터널을 지나 엔데믹을 맞았지만 어쩐 일인지 의약품 품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공급을 불안케 하는 여러 요소가 뒤엉켜 작동하면서 수급 불안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는 팬데믹 시기에 호흡기질환 의약품을 비축하려는 수요 폭증 후 지금까지도 감기약, 어린이 해열제 등의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시장뉴스를 보면 미국의 경우 어린이용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OTC)부터 식염수, 항생제, 항암제 및 각종 처방약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악의 부족 사태를 겪었다. 스위스도 일반 진통제부터 파킨슨병, 심장병, 간질 등 만성질환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공급 부족을 겪은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작년 6월 기준 3800개 품목 이상이 공급 정지나 출하 제한 상태였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쇠약해진 공급망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각국에서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의 수요가 급증한 반면 원료물질 부족, 배송 지연, 무역 제한에 따라 공급망이 타격받으며 의약품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의약품을 미리 비축해두려는 각국, 기업, 소비자, 환자들이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전쟁 역시 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최대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공급망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의약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부형제 공급도 어렵게 했었다. 부형제에는 옥수수 전분을 많이 쓰는데, 옥수수 최대 수출국이 우크라이나다.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까지 나오며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전될 경우 유가 폭등이 오래 지속돼 세계 경제와 공급망 전반을 흔들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감염병 또한 의약품 품절을 부추긴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 중심으로 콜레라가 확산되며 백신 부족 상황에 이르렀다. 콜레라는 오염된 상하수도나 음식 등을 통해 전파돼 설사·탈수를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전쟁, 빈곤, 기후 재난으로 물·음식이 깨끗하지 않으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후 변화는 콜레라 증가세를 키우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사람들의 이주와 물 오염이 콜레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원료의약품의 경우 중국이나 인도에서 저가로 공급하는 등 국가 간 역할이 있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역할이 와해됐고,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 전쟁, 그리고 이란·이스라엘 갈등까지 오며 세계 무역 공급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의약품 수급은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생산공장의 현지화 전략으로 대안 마련에 나섰다. 독일 과학기술 기업 머크 라이프사이언스는 대전에 43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를 짓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략 거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바이오 원부자재·장비 분야 독일 싸토리우스도 인천 송도에서 생산·연구시설 건립 공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수출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 싸이티바 역시 지난 2021년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한국 내 세포 배양백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 제조 시 꼭 필요한 일회용백을 받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며 "생산시설의 현지화 및 거점화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