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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면 택시 내리더라"…생업 위협받는 택시기사[고령운전②]

등록 2024-04-26 07:00:00   최종수정 2024-04-29 1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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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종사자 "70대 이상 택시 사고 극히 일부"

"나이 기준으로 면허 반납은 수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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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택시 운전사 전성준(오른쪽) 씨와 이금형 씨가 서울 고려운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이 든 택시 기사들도 늘고 있다. 65세 이상 택시 기사의 수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면서 안전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택시 업계 종사자들도 현장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해 사전에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책에는 대체로 찬성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면허를 반납하게 하는 등 운전대를 빼앗는 제도는 택시 기사들의 생업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승객들이 노인 기사 차에 타는 걸 불안해 합니다. 한 손님은 '방금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기사님 차에 탔다가 도저히 불안해서 갈 수가 없어 내렸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손님이 불안해 하는 걸 느끼니까, 70대 이상 기사들이 사고를 냈다는 기사를 보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죠."

고려운수 소속 택시 기사 전성준(78)씨는 30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은퇴한 후 12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몰고 있다. 

전씨는 택시 기사 대부분이 매년 검사를 받고 안전 운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부의 사례가 크게 이슈화되는 것을 보면 사기가 떨어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전씨는 "운전을 생업으로 삼는 기사들이 운전이 미숙해서 사고를 냈다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정해진 근무시간에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서, 또는 회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조급함에 사고가 날 때가 더 많다"고 전했다.

20년째 택시 기사로 일한 이금형(72)씨도 일부 사고에 시선이 주목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60대 미만 운전자의 사고에는 이목이 쏠리지 않지만 고령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더 크게 보도되고 부정적인 시각이 담기는 것 같다"며 "안전 운전하는 대다수의 기사들에게는 심적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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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택시 운전사 전성준(왼쪽) 씨와 이금형 씨가 서울 고려운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고령 운전자 수가 늘어나면서 택시 업계 고령화도 현실이 됐다. 택시 기사 23만8093명 중 42%에 달하는 10만1655명이 65세 이상이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도 5년새 19%가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시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젊은 기사들은 업계를 떠나고 새로 진입하지 않는 추세다. 이 때문에 택시 업계 전체적으로 기사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건 맞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고를 더 많이 유발한다는 주장은 업계 종사자로서 동의할 수 없다. 나이를 떠나서 운전 능력에 이상이 있는 기사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택시 기사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65세 이상은 3년마다, 70세 이상부터는 1년마다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시각, 청각, 공간 판단력, 시각 정보 반응 속도 등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

박호근 고려운수 노동조합 위원장은 "대부분 법인 택시 기사들은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에 떨어지면 2주 뒤에 재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이렇게 3번까지 기회를 준다"며 "실제로 검사에 3번 떨어져 퇴사한 분도 있었다. 기사들의 개별적인 능력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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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택시 운전사 이금형 씨가 서울 고려운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다만 택시 기사의 자격 유지 검사를 2019년부터 의료기관 적성 검사로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변별력을 잃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기관에서 하는 검사는 운전 능력 평가보다는 일반적인 신체검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기준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운전 능력을 신빙성 있는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이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병·의원에서 하는 검사는 부적합 판정이 나오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전 능력이 조금 부족한 분들은 이 검사를 선택하는 편이다. 다만 운수 회사 차원에서는 기사의 사고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일부 지자체에서 택시 기사 운전 면허 반납 제도 등을 운영해 고령 택시를 줄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고령 기사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것"이라며 반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사 개개인의 운전 능력을 토대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면허를 반납하게 하는 등의 강제성을 띤 정책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크게 해치는 일"이라며 "우리에게는 생업"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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