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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티니즘' 시대…21세기 차르, 스탈린주의 부활 [푸틴5.0 ①]

등록 2024-05-11 09:00:00   최종수정 2024-05-20 09: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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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집권 중…집권 5기 마치면 스탈린 넘어

2020년 '임기 리셋' 개헌으로 종신집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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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통령 취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5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러시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5.11.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크렘린궁 대궁전(Grand Kremlin Palace)을 지나 안드레옙스키 왕좌의 홀까지 긴 통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는 익숙한 길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이 레드카펫을 걸어 5번째 취임 선서를 하고 새로운 6년 임기를 시작했다. 러시아 제국의 황제, 사실상의 '21세기 차르(Tsar)' 대관식이었다.

◆'꼼수 개헌'으로 대통령 5번-총리 2번…'21세기 차르'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연방이 수립된 뒤 최장 집권 중인 지도자다. 그는 1952년 10월7일생으로, 현재 72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전신인 KGB 출신이며, 대통령 4번(2000년·2004년·2012년·2018년·2024년)과 총리 2번(1999년·2008년)을 지냈다. 지금까지 집권 기간만 25년째다.

같은 기간 미국은 5명의 대통령, 영국은 7명의 총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푸틴 대통령은 1990년 정계에 입문해 1999년 8월 총리가 됐다. 그해 12월31일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권한대행을 맡다 이듬해 3월26일 대선에서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어 2004년 71%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헌법상 3연임이 불가능했기에 2008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신 대통령 자리에 앉혔고 자신은 '총리 2기'를 지내며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2012년(63%)과 2018년(76%) 연이어 재선됐다. 올해 3월 선거에선 역대 최고치인 8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원래 올해까지였던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연장된 것은 2020년 개헌을 통해서다. 새 헌법에선 대통령 중임 횟수를 2차례로 제한하고 '연임'이란 문구를 삭제해 자신처럼 다른 직에 갔다가 다시 두 번 대통령을 맡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개헌 기준 "기존 임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임기 리셋' 특별조항으로 자신은 또 다시 2회 출마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올해에 이어 2030년에도 대선 출마가 가능해 최장 2036년, 84세까지 직접 권좌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임기도 리셋된 만큼 그 경우의 수까지 따지면 푸틴 대통령으로선 완벽하게 종신 집권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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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 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내빈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2024.05.11.
◆ 초기 성과 불구 실용주의자→제국주의자로

BBC는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 레드카펫 길은 익숙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2000년 5월 첫 취임식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겠다"며 "러시아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푸틴 대통령은 햇수로 3년째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대신 비판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자신의 권력에 대한 모든 견제와 균형을 제거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유라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지금 자신을 블라디미르 대제, 러시아 차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첫 두 차례 대통령 임기 때로 돌아간다면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는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안정시키고 다시 정상화했다. 러시아 경제와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면서 "하지만 10년 전 크림반도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궤도를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푸틴은 실용주의자(pragmatist)가 아닌 제국주의자(imperialist)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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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11.
◆"'푸티니즘', 독재자 스탈리니즘의 화신"

푸틴 대통령은 25년간 분명한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과거 사람들은 '브레즈네프니즘', '고르바초프니즘', '옐치니즘'이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푸티니즘(푸틴주의)'는 존재한다고 BBC는 분석했다.

카네기 유라시아 러시아센터 선임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우리 역사에는 '~주의(~ism)'가 하나 더 있다. 나는 푸티니즘이 스탈리니즘의 또 다른 화신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는 (옛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처럼 군다"고 말했다.

스탈린은 1924년부터 1953년까지 29년간 소련의 최고 권력자였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5기 임기를 다 채우면 이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그의 권력은 스탈린 시대처럼 사유화돼 있다. 그는 많은 정치적 탄압을 선호하며 스탈린처럼 신체적으로 최후를 맞을 때까지 권력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 3월 대선 득표율은 87.28%로 사상 최고치다. 투표율도 77.44%로 역대 가장 높았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실제 보리스 나데즈딘 등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은 좌절됐고,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불렸던 반체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대선 한 달 전(2월16일) 북극권 교도소에서 47세 일기로 옥중 돌연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던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지난해 25년형을 선고 받아 수감돼 있다. 카라-무르자는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다 2015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피살된 보리스 넴초프의 제자로, 그 자신도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독극물 테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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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대통령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4.05.11.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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