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한 팔레스타인 대표 "하마스는 이데올로기…근절할 수 없다"
왈리드 시암 "이스라엘, 가자서 대량 학살…팔 주민 몰아내""두 국가 해법은 국제법상 보호 장치…법치주의 필요""부패 없는 정부 있나…스스로 국가 건설하게 놓아둬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한국도 일제강점기 점령자들에 저항하지 않았나. 그럼 그들도 테러리스트였는가"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도쿄 상주)는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가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 점령이 낳은 '이념'이라며, 하마스를 근절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재개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표적 공격했다고 밝혔지만, 가자지구에선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은 현재 라파뿐만 아니라 가자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대량 학살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특정 집단,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가자 보건부 발표 기준 현재까지 사망자는 약 3만6000명, 부상자는 8만여명이다. 1955년 레바논 베이루트 난민촌에서 태어난 시암 대표는 전 세계를 전전하다 2003년 주일 대표로 부임하기 9년 전 가자에 터를 잡았다. 가자를 떠난 지 20년 만에 그가 남기고 온 집과 자산 등 모든 게 사라졌다. 가자에서 나고 자란 딸의 유년 추억도 전쟁으로 재가 됐다. 시암 대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집트로 내쫓고 가자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쟁 범죄에도 전 세계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명시된 '1967년 경계'와 '두 국가 해법'을 강제하는 법치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근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해야 할 때라고 환영했다. 시암 대표는 "모두가 두 국가 해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누구도 실제 행동하는 이가 없다"며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을 보호하는 일종의 국제법상 보호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은 전후 계획으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인으로 구성된 통치 기구에 가자 운영을 맡기자는 안이다. 다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부패와 무능으로 주민 신뢰를 잃었다며, PA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해 시암 대표는 "부패 없는 정부가 어디 있냐"며, 미국이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법치를 옹호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법치주의는 상하원에 의해 부패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도 팔레스타인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며 "우리에겐 가스와 관광, 농업과 기술이 있다. 그저 우리 스스로 국가를 건설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암 대표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 다들 결국 어디로 갔냐. 감옥에 가지 않았냐"며 "그럼 한국도 부패한 나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하마스탄(하마스의 땅)을 파타스탄(파타당의 땅)으로 바꾸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파타당은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의 정당이다. 시암 대표는 "네타냐후 같은 전범과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냐"며, 이스라엘과는 해결법을 찾을 수 없다고 선 그었다. 대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법치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관료들은 PA가 가자 운영을 맡더라도 결국 하마스가 가자 권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총선에서 집권, 다음해 무력 충돌로 파타당을 가자에서 몰아냈다. 시암 대표는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사 점령이 낳은 이데올로기다"이라며 "사람들에게 정의와 자유를 준다면 저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하마스와 PA 중 가자 운영을 누가 맡을지엔 "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단 이스라엘 점령 하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단호히 선 그었다.
시암 대표는 한국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언급하며 "아직 인류애가 남아있다는 희망을 준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이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두 차례 찬성한 점은 기쁘다면서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장비를 이스라엘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