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움직인다 움직여!"…이용덕 '역상 조각' 40년째 신선
토탈미술관서 '순간의 지속'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어 그림이 움직인다. 움직여! 자꾸 따라와." 관람객의 신기함은 작가의 신기함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작품이 움직인다고 하는 그 부분이 너무 재미있다." 사람이 빠져나간 듯한 오목한 조각, 이미 미술계에서는 '역상 조각'으로 이름난 조각가 이용덕(65)의 작품은 볼 때 마다 마술을 보는 것 같다. 함박 웃음을 짓는 사람들, 걸어가는 행인, 몸을 쭈그리고 세수를 하는 사람, 엎드려 누워 독서를 하는 소녀가 관람객이 움직임에 몸을 맞춰 맞이한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린 이용덕의 전시 '순간의 지속(THE MOMENT NOT A MOMENT)''은 여전히 새롭다. 역상조각은 반전기법이다. 조각의 형상을 역으로 뒤집어(invert) 안으로 파여진 음각이 밖으로 돌출된 양각의 효과를 낸다. 안이 비어 부피가 없으면서도 형상을 표현하는 조각의 새로운 형식을 구축한 작품은 시선에 따라 가변적인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시지각을 혼란시키는 작품은 우리가 과연 무엇을 보는가, 인간의 인식과 존재에 관한 질문을 포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용덕이 1984년에 창안하여 40여 년에 걸쳐 현재까지 탐구하는 그의 '역상(易像)조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통적인 기념비 조각에서부터 현대의 실험적 설치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의 확장이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안중근 의사상(남산, 안중근 기념관), 유관순 열사 상(삼일공원), 김수환 추기경 상, 프란치스코 교황 상(명동성당), 정주영 정신영 형제 상(관훈클럽) 외 많은 역사적 인물의 조각상과 기념비도 제작했다.
그의 작품은 역상 조각과 궤를 함께하는 조형 개념의 실루엣으로 진화했다. 음과 양이 평면으로 수렴하여 최종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실루엣은 ‘오목과 볼록’을 모두 동시에 수용하는 조형 현상이다.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 전시한 '만남-진술, Encounter-Submission' 작품을 선보인 후 포항에서 제작된 공공작품 '만남 2017'은 철강 원판을 집적기법으로 쌓아 만든 거대한 조각으로 탄생, ‘음과 양’의 동시적 병치로 보여주는 실루엣을 모티브로 공공미술의 영역에서도 실현한 사례로 꼽힌다.
최근 제작된 2023년 작품 '위대한 결집'은 용산 로카우스 앞에 영구 설치된 작품으로서, 네 개의 직선 막대를 단순히 쌓아 올리는 기법만으로 4면에 실루엣이 생성되는 형태를 통해 군인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빛의 조건이나 시선의 위치에 따라 수없이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쌓는 방법만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형상을 이루는 기법은 이용덕의 독창적인 표현으로 전통적 입체 조각과는 매우 다른 조형적 성과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인물들의 순간들이 과거로 사라지는 것을 포착하여 ‘영원히 그 순간’을 저장해 놓고자 작품을 제작한다." 조각가 이용덕은 "나는 사라져 가는 인물들이 작품 안에서 기억되는 과거를 저장해서, 우리와 함께 ‘영원히 현재’에 머물게 하고 싶은 것"이라며 "‘순간의 지속’은 무시간 무공간의 조건 속에서, 현재라는 시공간 속에 실체로서 과거의 순간을 드러내어 영속시키고자 하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7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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