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재정준칙 법제화 요원…나라살림 적자 GDP 3% 이내 관리 물 건너가나

등록 2024-10-01 07:00:00   최종수정 2024-10-14 09:51:1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7월말 기준 재정수지적자는 83.2조 역대 3번째 수준

연말까지 75조 이내로 감소 쉽지 않아 사실상 '실패'

3년 연속 나라살림적자 3% 초과…내년엔 2.9% 목표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재정준칙이 지켜지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표방하며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해 오는 2028년 2.4%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세수가 지속 증가하거나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전자는 불확실성이 크고 후자는 재정의 역할 축소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 7월 말 기준 누계 총수입은 357조2000억원, 총지출은 40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7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52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수지 30조8000억원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83조2000억원 적자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7월 말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정부는 앞서 올 한 해 연간 적자 목표치를 91조6000억원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7월까지 90.8% 수준에 육박했다. 올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한 여파로 관리재정수지가 더욱 안좋아졌다는 의견도 들린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올해 전망한 실질 GDP 성장률인 2.6%와 물가상승률 2.6%를 고려할 때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줄이기 위해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75조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연말까지 10조원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현실화된데다 8월 이후 국세 수입도 예상을 하회할 수 있어 2022년 -5%, 2023년 -3.6%이 이어 3년 연속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전 정부에선 코로나19 일회성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서 관리재정주지 적자 비율을 못지켰지만 윤 정부는 재난상황 발생에 따른 지출이 거의 없었고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면서도 3년 연속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못 지킨 셈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27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편성됐다. 국가 채무는 1277조원으로 올해보다 81조3000억원(0.8%) 늘어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보다 13조9000억원 줄어든 77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내년부터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내년도 나라살림 적자를 77조7000억원(2.9%)으로 설정했는데 이를 위해선 내년 국세 수입이 예상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기업실적 호조와 내년 대내외 여건의 완만한 회복으로 세수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하며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수입을 전년보다 6.5% 증가한 651조8000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내년부터 법인세 중간예납을 폐지하고 당해년도 상반기 가결산 납부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기업 실적이 살아나는 상황에서 경기사이클에 맞는 세금 확보를 통한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수출 증가세로 이어져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호실적을 거둔만큼 내년도에는 법인세수 확보가 가능할 수 있고 정부의 계획대로 나라살림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을 2026년 2.7%, 2027년 2.5%, 2028년 2.4%로 낮출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법인세 수입이 내후년에도 좋을 수 있다고 가정하기 힘들어서다.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제시한 것도 우려된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 이후에는 서서히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2028년까지 총수입이 연평균 4.6% 증가할 수 있다는 정부 전망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정부의 계산대로 총수입이 4.6% 이상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선 감세 정책이 아닌 증세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 정부가 지속적인 감세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관리재정수지 비중을 낮추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긴축적 재정운용에도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감세 조치 때문"이라며 "정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를 77조7000억원 적자로 예상했는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법개정과 반도체 등에 대한 세액감면으로 인한 국세수입이 17조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은 국세수입 증가폭이 제한적인 탓에 건전재정 달성에 실패했다"며 "정부의 감세가 없었다면 내년도 국세수입은 약 400조원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재정건전성과 감세는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향후 5년간 18조원이 넘는 추가 감세조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폭이 전년 대비 20조원 넘게 늘며 실질적인 국가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년 만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