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서비스 즐기고 광고 보세요"…'플랫폼 노다지' 구독경제의 배신
빅테크 성장 기반인 광고가 콘텐츠 플랫폼 새 수익 모델로 부각스포티파이, 韓서도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멤버십 출시티빙·넷플릭스 등 OTT업계, 주 수익원으로 광고 요금제 꼽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국내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광고 기반 무료 또는 저가 서비스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티빙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 최초로 광고 요금제를 냈고 글로벌 음원 플랫폼 1위인 스포티파이도 한국에 광고 기반 무료 멤버십을 냈다. 넷플릭스 등 일부 플랫폼은 비싼 광고 없는 요금제보다 오히려 저렴한 광고 요금제 가입을 권하고 있다. 콘텐츠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이탈을 막을 뿐만 아니라 광고를 시청하게 함으로써 광고주에게 얻는 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광고 없는 요금제 가격을 올리거나 일부 상품을 폐지하면서 광고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선 한때 플랫폼 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구독경제'가 한계점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입자 포화 국면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갈등과 맞물려 초기 인터넷 산업의 주력 수익원인 '광고 비즈니스'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10일 무료 음원 스트리밍 멤버십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했다. 이 멤버십은 요금 없이 음원을 들을 수 있으나 약 2~5건의 음원 사이에 약 30~90초의 광고가 재생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제공돼 왔으나 한국 시장에서는 출시 4년 만에 도입됐다. 한국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온 것도 약 8년 만이다. OTT업계의 경우 티빙이 지난 3월 '광고형 스탠다드'를 출시했다. 토종 OTT로는 최초, 국내 서비스 중인 OTT 기준으로는 넷플릭스에 이어 2번째다. 월 5500원으로 시간당 2~4분의 광고를 시청해야 하지만 자사 멤버십 상품 중 가장 저렴하다. ◆無광고 유료 구독만으로는 한계 느낀 넷플릭스, 광고로 돈 더 벌었다
콘텐츠 플랫폼 업계에서 광고 기반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는 데는 가입자 기반의 유료 구독 모델만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성장에 기여한 플랫폼 대부분은 광고 기반 무료 온라인 서비스로 시작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자별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타깃 광고'로 광고주에게 이익을 얻는다. 구독료로 돈을 벌었던 콘텐츠 플랫폼 업계도 시장 정체로 구독자 수 증가에 한계를 보이면서 타깃 광고를 통한 수익화로 눈을 돌렸다. 콘텐츠 플랫폼 업계에서도 광고 기반 상품이 성공적인 수익 모델로 하나둘 나오면서 다른 기업도 따라가는 모양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10년 이상 무광고 요금제만으로 스트리밍 사업을 영위했던 넷플릭스는 2022년 광고 요금제를 냈다.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에서 무광고 요금제 중 가장 저가 상품인 '베이식'(국내 기준 월 9500원)을 폐지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 데는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 확대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광고 요금제 회원당 평균 매출(ARM)이 베이식 ARM보다 더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식보다 더 저렴한 광고 요금제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는 게 오히려 넷플릭스에도 더 많은 수익을 준다는 뜻이다. 다음 달 중에는 월 4900원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가 월 5500원인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를 이용할 혜택을 얻는다. 사실상 600원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넷플릭스 일부 가입자가 기존 구독을 해지하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 형태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광고 시청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광고 단가가 올라가는 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줄이고 이용자 끌어모은 열쇠 '광고 요금제'
콘텐츠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점, 가격 경쟁력으로 타사보다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광고 기반 상품 등장 요인으로 꼽힌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 부문에서 1위지만 한국에서는 토종 플랫폼에도 밀리며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 세계 월 이용자 수(MAU)는 지난 2분기 기준 6억2600만명이다. 전 세계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스포티파이 점유율이 약 30%로 알려졌는데 10% 안팎인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 유튜브 뮤직보다 높다. 하지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포티파이 앱 MAU는 81만9730명으로 멜론, 지니뮤직, 플로에도 밀린다. 대부분 음원 플랫폼은 보유한 음원 수와 음원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요금이 사실상 각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스포티파이가 무료 멤버십을 내면서 토종 플랫폼 가입자 이탈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티빙도 KBO(한국프로야구) 중계권 확보에 따른 큰 지출에도 광고 요금제 도입에 힘입어 영업손실을 대폭 줄이고 있다. CJ ENM에 따르면 티빙 2분기 매출은 1079억원, 영업손실은 11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7%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79억원에서 큰 폭으로 줄였다. 티빙은 손실 개선 이유로 광고 요금제를 들었다. 광고 요금제 도입에 따른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익과 함께 광고 매출이라는 새 수익원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가입자 증가도 있지만 광고 요금제 선전 폭이 훨씬 크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중에 30~40%에 가까운 비중이 광고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며 연간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1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소비자는 돈 주고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광고까지 봐야 한다는 점에 아쉬운 목소리도 낸다.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인 박모(31)씨는 "광고 요금제가 가장 저렴한 무광고 요금제보다 오히려 영상 화질 등을 좋게 제공한다. 비싼 요금제 쓸 거 아니면 광고를 보라는 식인 걸로 보인다"며 "내가 보고 싶은 건 광고가 아니라 '흑백요리사'다. 광고를 더 많이 제공하면서 무료로 풀면 모르겠는데 돈 주고 광고까지 보는 건 싫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