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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넣고 보자"…투기로 변질된 '로또줍줍' 손질한다[무순위 청약 개선]①

등록 2025-02-08 06:00:00   최종수정 2025-02-17 09: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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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 노린 투기 수요로 무주택자 주거 안정 취지 무색

대출 규제 강화·분양가 급증…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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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4.05.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순위 청약 과열로 무순위 청약 사이트마저 마비되는 부작용까지 초래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 강화하고, 분양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무순위 청약이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8억원대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서울의 한 단지 1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14만명이 몰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2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전용면적 59㎡E 타입 1가구에 14만3283명이 신청했다.

이 단지는 사당 3구역을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15층짜리 11개 동, 514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 2021년 6월 입주했지만, 계약 취소 가구가 나오면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분양가는 7억9219만원으로, 입주 이후 시세가 분양가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 59㎡는 지난 8월 1층이 1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5년간 실시된 무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상위 1∼10위 중 9곳이 지난해 진행된 청약일 정도로 과열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지난해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로 나타났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는 294만4780명이 몰려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청약홈 사이트에 청약 수요가 몰려 먹통이 됐고, 결국 청약 접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23년 6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흑석 자이'가 82만9801대 1, 지난해 5월 세종 어진동에 분양한 '세종 린 스트라우스'가 43만7995대 1로 뒤를 이었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지난해 2월·33만7818대 1) ▲경기 하남시 감이동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지난해 4월·28만8750대 1) ▲세종 어진동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지난해 4월·24만7718대 1) ▲경기 성남시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3차'(지난해 6월·19만8007대 1) ▲성남시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1단지'(지난해 7월·15만4688대 1)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F20-1블록 더샵 송도프라임뷰'(지난해 7월·11만1157대 1)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DMC 한강자이 더헤리티지'(지난해 1월·10만6100대 1)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무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곳 중 흑석 자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 청약이 진행됐다.

올해도 무순위 청약 과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5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송파구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8000여명이 몰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진행한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 8446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계약취소 뒤 재공급되는 물량으로, 서울 거주 무주택자, 다자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정부는 집값 급등기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빚자, 지난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미분양 물량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2023년 2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대거 나오면서 사는 지역과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부동산시장에선 무순위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선당후곰'(당첨 먼저 되고 고민하자)식의 묻지마 청약을 막기 위해서 지역 제한 부활과 분양가를 현재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등 청약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순위 청약 취지에 맞게 무주택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무주택자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무주택자들을 위해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집값 상승기에 무순위 청약이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일종의 투기 수요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역 제한과 주택 보유 여부, 분양가 조정 등으로 기준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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