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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아닌 진실 찾는 여정…증거 능력 문제는 과제[진실 탐지자下]

등록 2025-04-13 13:00:00   최종수정 2025-04-24 14: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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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성향 등을 토대로 진술 분석

교차 검증 과정…법정증언 나서기도

대법 증거 능력 불인정 판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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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A양은 계부에게 당한 피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계부는 구속 수사를 받았고, 성폭력 범죄는 사실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진술의 동기, 지워지지 않는 가설이 남았고 진술분석관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조사에서 계부와 함께 살기 싫어한 A양이 피해를 꾸며냈고, 다른 피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소속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의 마음을 읽는 이들이다. 성폭행 및 아동학대 사건에서 아동·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진술 능력, 진술 양상, 심리적 특성 등을 파악해 진실을 좇는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증거를 제시하면서 추궁하는 수사나 조사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박슬기 진술분석관은 "어떤 이야기가 '거짓이야'라고 접근을 하지 않는다. 진술분석 기법하고는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우리는 진실을 탐지하는 것이고 이 진술이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인지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검찰과 법원의 의뢰로 사건 기록을 검토하며 피해자 진술의 근원에 관한 가설을 세우고 면담 계획을 짠다. 피해자와의 면담을 위해 소속 22명의 진술분석관이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오간다. 면담 결과 분석, 분석관 3인 합의제를 통한 교차 검증 과정을 거친다. 최근 5년간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례도 80건에 달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심리학 전문가가 수사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인 까닭에 수사 기관의 결론과 결이 다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진술분석 규정이 개정된 이후인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의뢰된 사건 2304건 중 신빙성이 인정된 결과는 1216건(53%)으로 나타났다.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음'은 524건(23%), '판단불가 등'은 564건(24%)이다.

최선희 진술분석실장은 "검찰에 소속돼 있다고 해서 검찰 의견에 맞춰서 신빙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신빙성 인정 사례와 확인·판단 불가 사례가 6대4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이 사건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설명했지만, 피해 부위가 달라져 진술신빙성을 확인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다만, 허위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관의 법정 증언이 유죄 판단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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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소속 진술분석실에 있는 서적들 (사진 = 대검찰청 제공) 2025.04.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검 진술분석 결과는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 모두와 80%가 넘는 일치율을 보인다. 진술분석관이 신빙성 있다는 결과물을 낸 사건 대부분을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도 유죄라고 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술분석 면담의 유용성에도 진술분석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동·지적장애인들이 피해자인 성폭행 및 아동학대 사건 증가 추세에 비춰볼 때 사람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이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공무직) 신분인데, 이는 전문성을 의심받게 하거나 우수 인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 실장은 "신분이 분석 결과 신뢰도의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정말 필요해서 뽑은 인력이라면 직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술분석관과 피해자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에 증거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도 고민으로 남았다. 진술분석관과 피해자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은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검은 진술분석의 전문성과 중립성, 독립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진술분석 과정이 수사나 조사 절차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증거능력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안 마련에도 분주하다. 대검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분석 면담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연구'를 발주, 보고서를 검토 중이다. 연구 결과에는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 출석 및 반복 진술을 통한 2차 피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형사사법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연구를 수행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진술분석관의 피해자 면담 기록을 증거로 사용, 조사자 증언 제도를 통해 진술분석관이 법정에 참여하면 피해자인 아동은 법정에 오지 않아도 되기에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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