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 재현될까[엔화가 뜬다②]
트럼프發 관세 충격에 다시 떠오른 '엔캐리 청산' 우려엔화 강세 베팅에 투기성 자금 '사상 최대'작년과 같은 패닉 없을 듯…증권가 "청산 가능성 낮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완화 움직임과 투기성 엔화 베팅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 강세가 추가로 가팔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같은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7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 엔화 선물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강세에 베팅한 글로벌 투기 자금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몰린 것이다. 관세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초를 기점으로 투자자들의 엔화 포지션은 순매수로 전환됐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19일에는 17만1900계약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은 엔화 강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 심리가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엔화 베팅이 커진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가 신호탄 역할을 했다. 미국이 전 세계 국가에 기본 10%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시장은 달러보다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간 달러 인덱스가 약 10% 하락하면서 엔화로의 자금 쏠림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셀(Sell) USA' 현상이 확산된 데다, 파월 연준 의장과의 마찰까지 겹치며 달러 약세가 심화됐고, 이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BOJ의 금리 정책 변화도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BOJ는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데 이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0.5%까지 인상했다. 이는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BOJ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엔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차입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거나 금융 불안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자산을 급히 매도해 엔화로 환전하면서 포지션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에는 급격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BOJ의 예상 밖 금리 인상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른바 '블랙먼데이'로 불린 당시, 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속히 확산되며 코스피가 8.77%(234.64포인트) 폭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며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엔캐리 자금 규모는 수백조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자금이 대거 청산될 경우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는 지난해와 같은 패닉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BOJ의 금리 인상 기조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주요 변수들이 이미 시장에 일정 부분 반영돼 있어, 당분간 엔화 환율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 추가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이미 미국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데다, 엔화 가치 역시 급격히 절상되기보다는 완만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속에 일본 정부가 재정 부양책(전국민 현금·지급소비세율 인하 등)을 검토 중인 점은 BOJ의 추가 금리 인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CFTC 기준으로 볼 때, 엔화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은 지난해 엔캐리 혼란 직전과는 반대로 극단적인 강세에 쏠려 있다"며 "지난해 8월처럼 엔캐리 자금이 대거 청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