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후폭풍④]출렁이는 환율…트럼프의 또다른 협상 카드
원·달러 환율, 1400원대까지 하락…계엄 후 최저 수준"플라자합의는 어렵다지만, 환율은 통상 지렛대로 작용"베선트 카운터파트 최상목 사퇴에…논의 지연 가능성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요동치면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 테이블에 올라간 환율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7월 패키지에 '환율 정책'이 공식 의제로 포함됐으나, 협상을 주도했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 등 변수로 향후 협상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다음 달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둔 가운데, 상호관세 협상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카드로 환율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436원에 개장해 장중 1439.7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3시 30분 기준 1405.3원에 마감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이후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후 3일 오전 2시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19.5원 급락한 1401.5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야간장에서는 13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던 3월 말 종가 기준 1472.9원까지 치솟으며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00원대 안팎까지 하락한 모습이다. 이 같은 환율 급변동은 통상 협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한미 간 '2+2 통상 협의'에서 미국 측 베선트 재무장관이 환율을 협상 의제로 제안하면서 양국은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까지 지속된 환율 상승세는 단순한 달러 강세뿐 아니라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한 통상 갈등, 한국의 성장률 둔화,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경제가 여전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환율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통상 분야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은 기업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500개 기업 중 46.7%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악화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58.1%), 인건비 상승(35.4%)에 이어 환율 변동(34.1%)이 세 번째로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은 수출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비용과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도 수반한다. 반면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수출기업의 수익성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미국은 연간 대미 무역 흑자가 560억 달러에 육박하는 한국의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문제시하며 환율 정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을 1년 만에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정부의 인위적인 원화 절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최근 2~3년간 환율 절하를 막는 방향으로 노력해왔다"며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환율 조작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미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타국의 통화가치를 절상하고 달러 하락을 유도한 '플라자합의' 형태의 통상 압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현재 시장 구조에서 인위적 환율 조정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미간 통상 협의 후속으로 환율 실무 협의에 대한 경계감이 환율을 무겁게 누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통상 협상에서 환율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현 시장 구조에서 플라자합의식의 인위적 평가절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의 외환보유액만으로는 달러 강세 흐름을 되돌리기 역부족이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대응하는 것도 통화정책 독립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 라인에 상당한 공백이 발생했다. 현재 김범석 1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나, 베선트 장관의 직접 카운터파트인 부총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환율을 비롯한 민감한 의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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