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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잡는다"…불법 사금융 공범 '카르텔' 깨고 일당 소탕[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③]

등록 2025-06-16 06:00:00   최종수정 2025-06-16 16: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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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 지능수사팀 김바른 형사 인터뷰

지난 7년간 불법 사금융업자 51명 검거…12명 구속

"빈번한 꼬리자르기, 조직 검거시 전부 소탕해야"

"'신고했다' 알려도 돼…범인 잡는 것은 우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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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 스티커가 붙어있다. [email protected]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불법사금융 덫(1부)

"지금 당장 찾아온 피해자들께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법인들에게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결국 범인을 잡는 건 제 역할이니까요."

지난 7년간 서울 마포경찰서 지능수사팀에서 '불법 사금융' 범죄를 수사해온 대부업 전문 수사관 김바른(39) 형사는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범죄자들이 대포폰을 사용해든 대포통장을 사용하든 결국 잡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이 어디에든 있으니 112신고를 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마포경찰서에서 만난 김 형사는 햇수로 7년간 불법 사금융업자 51명을 잡아들였고, 이중 12명을 구속시켰다. '안산 저승사자'로 통하는 그는 지난 2020년 안산에서 학원 건물로 위장해 불법사금융 사무실을 운영 중이던 일당 13명을 소탕했고, 그 이듬해인 2021년에는 안산의 한 회사 건물에서 일당 13명을 잇달아 검거했다.

당시 수사가 시작되자 불법 사금융업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꼬리자르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협조하지 않는 이들이 생기며 폭행과 납치가 벌어졌고, 납치를 당한 이들은 김 형사를 찾아와 범행을 일체 자수하기도 했다. 공범 간의 '카르텔'이 깨지면 진술도 엇갈린다. 김 형사는 그 진술을 통해 수사의 방향을 잡고, 결국 일당을 소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불법 사금융 범죄의 재범률은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형사는 "불법 대부업을 하다 다른 일을 찾기는 쉽지 않고, 일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넘어가기도 한다"며 "일부만 특정해서 검거하게 될 경우 꼬리자르기처럼 그들만 업계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조직을 검거할 때 전부 소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던 5000% 고금리 불법 사금융 일당 역시 사건 초기 직접 수사했다. 텔레그램과 대포폰을 사용한 수법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중간관리책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잠복한 뒤 검거하면서 덜미를 잡았다. 이 일당은 한적한 산 속에 인출한 돈을 두는 식으로 자금을 전달했는데, 이는 은행 ATM 기기에서 돈을 인출하던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범죄 수법은 시대의 '비대면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불법사금융 일당들 역시 10명 내외에서 5명 이내, 적게는 1~2명까지도 몸집을 줄이고 있다.

최근 김 형사가 검거한 이들은 단 2명이 컴퓨터에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해외 문자발송 서비스를 설치해 연 이자율 2478%의 불법 사금융 범죄를 벌였다고 한다. 활동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몸집은 줄었지만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텔레그램 내에서는 불법 사금융업자들만 모인 채팅방도 있다. 그 방에서 불법 사금융업자들은 자금세탁 방법이나 돈을 갚지 않는 일명 '사고 고객' 명단 데이터베이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는 방법 등을 공유한다. 텔레그램 특성상 검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추적은 더 어려워졌지만, 각종 SNS를 활용한 '추심'은 피해자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면서 악독해졌다. 대출 시 '담보'로 받아간 피해자들의 차용증 든 사진과 지인들의 연락처가 담긴 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 각종 개인정보를 활용해 지인들에게 이를 알리는 등의 방식으로 추심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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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정 기자=서울 마포경찰서 지능수사팀 김바른 형사의 대부업사범 전문수사관 인증서. 2025.06.08 [email protected]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속 사진도 추심에 악용된다. 때문에 지인들은 피해자의 얼굴 위에 '성범죄자' '빚쟁이' 등의 글자가 적힌 사진을 SNS에서 발견하게 된다. 피해자의 인간관계도 그 과정에서 수없이 단절된다. 김 형사는 지금까지 만나온 피해자들이 '자신에 대한 협박'보다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김 형사는 "경찰에 우선 신고하고, 원금에 대한 상환을 마쳤으면 더 이상 상환하지 말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고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지금 피해자들이 안심을 하는 것이고, 범인을 잡는 것은 우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등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형사는 피해를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선서 형사들의 적극적인 수사 외에도 은행 계좌거래내역서 확보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협박 문자 내역 등을 초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현재는 은행으로부터 피해자의 계좌거래내역서를 확보하기 위해 영장을 집행해도 평균 일주일이 소요된다.

한편 오는 7월부터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초고금리의 대부업 대출 계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피해를 보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형사 역시 개정안 시행으로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그럼에도 불법 사금융업자들은 원금이든 이자든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며 "처음부터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이미 협박을 당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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