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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알사탕'

등록 2025-05-27 05:12:12   최종수정 2025-06-10 15: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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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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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5월28일 공개)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원작인데도 유치한 법이 없다. 알사탕을 먹었더니 소파가, 강아지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뭇잎이 말을 걸어온다는 얘기는 분명 애들이나 좋아할 법하지만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성인 관객의 마음 역시 별 수 없이 일렁이고 있을 것이다. 러닝 타임은 21분에 불과해도 이 영화엔 꽤나 많은 게 있다. 외로움이, 웃음이, 사랑이, 그리움이, 감사가, 위로가, 안도가, 용기가 있다. 세상 일이라는 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그 마음들의 반경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 있지 않고, 그래서 일단 보게 되면 '알사탕'을 아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가 2017년 내놓은 동명 동화가 원작이다. '마징가Z' '은하철도999' '드래곤볼' '원피스' 등을 만든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토에이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을 만든 단델리온이 합작해 영상화했다. 애니메이션 '알사탕'엔 백 작가가 2019년 내놓은 '나는 개다'의 일부가 포함됐다. '나는 개다'엔 '알사탕' 주인공 동동이와 동동이가 키우는 개 구슬이의 첫 만남과 우정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사탕'은 지난 3월에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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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은 원작을 존중하는 동시에 경신한다. 백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지점토 등을 활용해 캐릭터 인형을 만든 뒤 이걸 촬영해 각 장면을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을 쓴다.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인형을 제작해 가기 때문에 작품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원작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리는 것과 동시에 원작에선 일부 생략될 수밖에 없는 동동이 주변 풍경을 일일이 살려내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작품이 그려낸 풍광의 세밀함을 보고 있으면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데도 다른 어떤 한국 작품보다 서울의 분위기를 온전히 잡아냈다는 인상마저 준다.

보여주지 않는데도 보이게 하는 것, 드러내지 않고도 느끼게 하는 것, 말하지 않는데도 들리게 하는 것이 '알사탕'이 내보이는 경지다. 동동이와 구슬이의 역사는 동동이와 함께하기 위해 노구를 애써 움직이는 구슬이의 모습으로 알 수 있다. 동동이가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그 맛있고 재밌는 풍선껌을 애써 아끼는 동동이의 모습으로 알 수 있다. 엄마도 없고 할머니도 없는 집에서 동동이와 아빠가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일상으로 알 수 있다. '알사탕'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정확하게 보여주면 충분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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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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