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금융정책/통화

훅 들어온 스테이블코인…한은은 신중론[K-코인 시동②]

등록 2025-06-15 14:00:00   최종수정 2025-06-18 13:55:2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1위 테더(USDT)가 글로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를 기반으로 발행된다. (사진=카이아) 2025.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관점에서 통화정책 유효성 제약과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쉽지 않은 비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이창용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다"면서 "외환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금융기관의 의견을 다각도로 반영해 보다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 대표 발의했다.

한은은 해당 법안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대상을 5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국내 법인과 투자자보호장치를 전제로 핀테크 비은행에도 개방하자는 대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인가·등록·신고를 통한 시장 진입 규제와 금융위의 감독 권한 및 검사·조사·처분 권한 부여 등도 있다.

같은 당의 안도걸 의원도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연계해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성과 특수성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 재정을 추진해 글로벌 디지털금융산업에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는 그 동안 한은이 견지해 온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한은은 원칙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중은행이 아닌 핀테크 등 비은행 민간기업의 발행에는 다소 신중한 시각을 보여왔다.

통화정책 주체로서 관리가 힘든 비은행권의 무분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정책 유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 전달력이 제약되는데 다, 코인 발행사가 국채 등을 보유할 경우 통화량 조절에 활용될 유동성 자산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중소 규모의 비은행권 발행 코인이 남발될 경우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시 코인런(Coinrun)에 따른 금융 불안정 문제도 우려되는 요소다. 금융 안정 책무를 가진 한은으로서는 발행사들이 국채 등을 급하게 매각하면국채 가격 급락으로 유동성에 부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경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외국 위기가 국내에 빠르게 전이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도 문제가 된다. 외국환거래법 담당 주체로서 외환규제를 우회해 불법 자금세탁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무분별한 코인 난립의 경계 요소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규제가 쉽지 않은 핀테크 등 민간업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관리가 용이한 시중은행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안전한 규제 체제가 마련된다는 점을 전제로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과 온도차가 있다. 이미 도입한 선진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법을 다듬을 경우 제도권 안착이 충분하다는 견해다.

한은은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수차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질서있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지난달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제로 한은이 규제하는 기관이 아닌 비은행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조만간 금융당국과 학계 인사 등을 불러 모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입장을 경청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창립 75주년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조직 구성 후, 각 기관 견해를 종합 반영한 콘퍼런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