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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멤피스', 로큰롤이 깨어나는 곳 [객석에서]

등록 2025-06-28 11:00:00   최종수정 2025-07-01 09: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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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스 프레슬리 노래 알린 DJ 듀이 필립스 실화 바탕

백인 DJ 휴이와 흑인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 다뤄

로큰롤·가스펠 등 풍성한 넘버로 쇼 뮤지컬 매력 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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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멤피스' 공연 모습. (사진=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막이 오르고,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문이 열린다. 신나는 로큰롤의 세계로 빠져들 시간이다.

로큰롤에 심취해 있던 백인 청년 휴이는 어느 날 흑인 구역인 빌스트리트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방문한다. 휴이는 그곳에서 펠리샤의 노래를 듣고 단번에 빠져들고, 펠리샤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때는 흑백분리 정책이 남아있던 1950년대. 휴이의 결심은 비웃음만 산다.

지난 17일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을 백인 사회에 알린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듀이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최초로 방송에 소개한 DJ로도 유명하다.

실제 모델인 듀이처럼, 휴이도 우여곡절 끝에 백인 전용 라디오 방송국에서 흑인 음악으로 여겨진 로큰롤 음악을 송출하고, 이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다. "삽질하다 새길 파는 거지"를 외치는 휴이의 추진력 덕에 펠리샤도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다.

음악을 소재로 하는 작품인 만큼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나의 노래가 너를 부를 때 마음을 열어봐 한 걸음씩 리듬에 맡겨"를 외치는 'Steal your rock and roll', 휴이와 펠리샤의 결말을 암시하는 'Someday' 등 로큰롤, 리듬앤블루스(R&B), 가스펠 등 장르를 아우르는 넘버들은 연신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인종 차별 문제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다룬 점도 돋보인다.

휴이와 펠리샤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멤피스는 백인과 흑인의 사랑이 용납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인종은 음악과 사랑 모두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날 선 시선과 괴롭힘에도 그들의 마음은 변함없다.

그런 그들도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멤피스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휴이와 멤피스를 떠나는 건 생존의 문제라고 말하는 펠리샤 모두 이해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휴이 역은 박강현·고은성·정택운·이창섭이 함께 연기한다. 이창섭은 무모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건 분명히 아는 휴이를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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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멤피스'에 필리샤 역으로 출연하는 정선아. (사진=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서는 펠리샤를 연기하는 정선아의 시원한 가창력도 일품이다. 펠리샤 역은 정선아와 함께 유리아·손승연이 나눠 맡는다.
 
휴이의 엄마 글래디스를 하은섬과 함께 맡은 최정원은 베테랑다운 노련함으로 인물에 생동감을 더하며 극에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이듬해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 음악상, 극본상, 오케스트레이션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초연해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작품상 등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석권했다.

2년 만에 찾아온 두 번째 시즌은 9월2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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