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고리로 윗선까지"…마약조직 무너뜨리는 '수사 기술'[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⑲]
[인터뷰] 김종찬 서초서 마약수사팀장밀수·유통사범 집중…서초서 2년 연속 전국 1위말단부터 시작해 필리핀·태국 상선까지 도달"마약 청정국 이미지 회복하겠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마약 디스토피아(4부) "마약을 실제로 건네는 말단을 잡지 못하면 그 윗선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 고리가 수사의 시작입니다." 김종찬 서울 서초경찰서 마약수사팀 팀장(경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끝까지 올라가는 수사'를 반복해 강조했다. 유통 구조의 말단인 전달책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조직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초서 마약수사팀은 2023년 하반기 신설된 이후 2년 연속 전국 마약팀에서 단속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압수량, 범죄 유형별 검거, 추징보전 실적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팀장은 "우리는 단순히 마약을 소지한 사람만 잡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유통책, 밀수책, 총책까지 올라가야 수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약이 유통되지 않기 위해 밀수 및 유통사범 검거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사 초기 가장 중요한 고리는 '던지기책', 일명 드로퍼다. 김 팀장은 "초기 단계에서 마약 실물이 있어야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며 "드로퍼를 놓치면 윗선으로 갈 연결 고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초반 검거가 수사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서초서 마약팀은 드로퍼가 마약을 수거하거나 전달한 장소의 폐쇄회로(CC)TV를 역추적하고, 수거한 약을 토대로 다시 수사망을 넓혀가는 '추적식 수사'를 반복한다. 김 팀장은 "30일 안에 잡지 못하면 CCTV도 삭제되고 단서가 끊긴다. 놓치면 끝"이라며 "그래서 주말도 없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적 수사를 통해 필리핀·태국 등 해외 조직의 밀수책뿐 아니라 상선·총책까지 실질적으로 검거할 수 있었다. 김 팀장은 "피의자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추운 날씨엔 바깥에서, 더운 날씨엔 햇빛에 노출된 채 잠복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며 "팀원 5명 모두가 주말, 휴일 없이 밤낮으로 뛰며 수사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팀원 중 한 명은 6월 한 달간 하루만 쉬었을 정도로 고강도 수사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서초서 마약팀이 연속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같은 추적 수사 중심의 수사 방식과 유통·밀수 등 조직의 중간 이상 직급을 겨냥한 단속 전략이 있다. 단순 투약자보다 유통·밀수범 검거에 집중하고 검거한 피의자의 진술과 단서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따라 올라가며 드로퍼부터 밀수책까지 도달하는 구조적 수사 역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팀장은 "유통 사범을 끝까지 쫓는 수사 방식 자체가 워낙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라며 "조금만 흐름이 끊기면 전체 수사가 무너진다"라고 강조했다. 마약 사범 검거 현장은 늘 긴장과 불안이 따른다. 김 팀장은 "마약 투약자는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돌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차량에 있을 경우 그대로 도주하거나 차를 밀고 달아나는 일도 있어 항상 현장을 직접 챙긴다"고 했다. 2030 마약 사범들은 대부분 '고수익' 명목으로 조직에 가담한다. 실제로 올해 서초서가 검거한 피의자 중에는 태국을 거점으로 한 총책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운반한 일명 '지게꾼' 5명은 모두 18~19세였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팀장은 "마약 운반책들은 대부분 도박, 주식, 코인 등으로 돈을 잃고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외국인 까지 국내 마약을 유통하고 있고 총책들이 해외 교도소에 있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밀수, 유통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만 밀수입해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절대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팀장은 "재범률을 낮추려면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신분을 숨기고 조직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적극적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다면 수사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